▲ 영화 포스터.

사물에게 말을 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기르는 식물에게 안녕 “잘 잤니?”같은 아침 인사는 물론이고, 조금 긴 여행을 다녀올 경우 인형이나 아끼는 찻잔에게 집 잘 지키고 있으라는 당부를 하기도 한다. 네 탓 내 탓 할 것 없이 진심을 주고받을 ‘사람’을 찾기 어려운 ‘소통 부재’ 때문이다. 이미 개인의 공간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진심’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래서 ‘진심’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 <미녀와 야수>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가, 엔딩 크레딧 앞에서 뜬금없이 든 생각이다. 이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 <겨울왕국> 보다 빠르게 3일 만에 100만 고지를 넘어서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모양새다. 스케일은 강화하되 모험은 하지 않는 전략은 구태의연하지만 영화 시장에서 여전히 먹힌다.

아시다시피 프랑스의 전래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미녀와 야수’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게 된 계기는 1991년 디즈니가 자사의 3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이면서부터다. 이후 영화, 뮤지컬, 소설 등 다양하게 변용 혹은 변주되면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비결은 너무 빤하지만 시대를 초월해 갈구하는 인간 본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람들 사이에서나 ‘진심’은 어려운 것이므로.

2017년판 <미녀와 야수>는 디즈니가 제대로 일냈다는 소문에 걸맞게 빈틈없이 화려하다. 눈과 귀가 즐겁고 위로가 필요한 마음의 결까지 어루만진다. 실사로 구현된 세계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그대로 옮겨오면서 풍성함은 더했다. 스토리 또한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를 다시 쓰거나 덧입히지 않아 온전히 볼거리에 몰두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주제는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볼 때 진실한 사랑이 이루어진다.’인데 볼거리가 너무 많아 마음으로 보는 건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가능하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간직한 어른들은 물론이고 공감각적 자극에 익숙한 어린 팬들을 유혹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다만, 같은 영화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세대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그 또한 재미있다. 시간이 지나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는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촛대와 시계, 주전자, 오르간 같은 사물인 듯 사물 아닌 씬스틸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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