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마스터> 영화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건국 이래 최대의 게이트’라는 말로 선전하다가 이제는 카피문구마저 바꿀 수밖에 없었던 불운(?)한 영화 <마스터>가 드디어 개봉했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초호화캐스팅을 자랑하면서 기대감을 드높였다가 뉴스와의 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음을 알고 무릎을 꿇었다나 어쨌다나. 사기사건의 규모도 밀린다. 영화 속 6조 원도 엄청나지만 이미 밝혀진 개인비리금액만 무려 10조원이라는 현실과 비교하자면 애기들 코 묻은 돈이 될 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싼 추격전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답게 볼거리는 종합선물세트다. 배우들의 비주얼과 연기도 훌륭하고 영화의 만듦새를 결정짓는 액션 연출 또한 장관이다.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대립 또한 새로울 것 없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절대 선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캐릭터였다. 그것도 판타지물에서나. 그런데 <마스터> 속 강동원이 분한 김재명은 절대 선에 가까운 캐릭터다. 어떤 트라우마나 개인적 경험으로 절대 선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다. 경찰이니까 나쁜 놈(범죄자)을 응징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과정에서 정의로움은 그냥 옵션일 뿐이다. 김재명이란 캐릭터가 단순해보인 것은 그간의 범죄 영화에서 절대 선을 탑재하는데 대한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장치(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등)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 또한 그러하다. 절대 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업은 내가 추구하는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도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비리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오히려 현실감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마스터’의 캐릭터 구축 방식은 우직할 만큼 단순하고 정의롭기까지 한다. 부정부패가 정점에서 곪아터진 현 상황에서 이 영화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지점은 이 때문이다. 당연히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며 그 단순한 진리가 오롯이 발현될 때 영화도 현실도 행복하다.

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호연과 가끔씩 터지는 호쾌한 액션신으로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다. 비주얼만으로도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 또한 훌륭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에 감칠맛 나는 애드리브까지 감독으로서 욕심낼만한 러닝타임이었겠지만, 때로는 걷어내는 미덕 또한 감독의 연출력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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