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는 침대보다 다리가 길면 잘라서 죽이고, 침대보다 다리가 짧으면 늘려서 죽였다. 침대라는 하나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지금의 사회가 그렇다. 개성을 용인하지 않는 시대, 기기묘묘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산다. 버틸 수 있을까?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표현은 쉽게 질린다. 설령 그것이 상상력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그러나 보기 좋게 이를 뛰어넘는 작가가 팀 버튼이다. 영화감독이라는 하나의 직업군으로만 정의하기엔 팀 버튼의 능력은 그의 영화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이미 너무 많이 회자돼 언급하기도 입 아픈 그의 기기묘묘한 상상력은 재기발랄한 영화적 표현법을 거쳐 천변만화의 결과물로 현실 세계를 사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미혹시키고 마음까지 침탈한다. 이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정점을 찍는 듯하다. 만약 이 영화가 정점이 아닌 다른 고지를 염두에 둔 쉬어가는 방점이라면? 그야말로 ‘땡큐’일 따름이다.

이름 값하는 감독들의 이름 값하는 영화를 만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 탓일 수도 있지만 고착화된 영화적 스타일 때문에 지루해지기 쉽다. 때로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가의 향(때로는 악취일 수도 있는) 권위가 영화에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게 슬며시 그의 어깨에 올라앉은 권위는 영화적 헤게모니 장악은커녕 관객들의 등 돌림으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미에서 팀 버튼은 관객의 눈높이를 아는 ‘영화 기술자’다. 그의 상상력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정서적 공간에 위치하지만 그의 무릎은 관객을 향해 한없이 낮게 자리한다.

자기복제란 실망 섞인 비난도 있지만 영화적 시각의 다름을 전제한다면 팀 버튼의 자기복제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자기복제를 통해 아류작만 생산한다면 관객에 대한 기만일 수 있으나 그의 자기복제는 스타일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팀 버튼 생명력의 비결이기도 하다.

도입부는 살짝 지루하지만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이야기 엮는 솜씨는 이미 보는 이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팀 버튼은 빤하지 않은 작가다. 기괴한 상상력으로 위로를 주는 그가 다음 영화에서도 건재하길 바란다. 팬심 가득 담아 상찬으로 마무리를 하자면 여전히 잔혹하고 아름다운 팀 버튼, 그에게 경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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