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객원기자] 베테랑, 내부자들의 약 빨이 쎘던 탓일까. 특별수사는 사실 좀 약하다. 기승전결 명확하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약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건 1% 부족한 그 무엇 때문이다. <내부자들>과 비교하면 이야기 구조가 허약하고, <베테랑>의 액션과 속 시원한 결말은 업어오지도 못했다. 이미 사이다 결말을 맛본 요즘 관객들 입맛에 맞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리액션은 긍정적이다. 재벌 사모님의 갑질에는 아낌없는 야유를, 힘없는 주인공의 사투에는 함께 분노를, 비리검사를 응징할 때는 파이팅이 넘친다. 근접한 시기 동류 영화인 <베테랑> <내부자들>의 약빨과는 비견할 수도 없는, 아직도 유효한 억울함이 넘쳐나는 시대상황 때문이다. 시인은 시대의 우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대중의 체감 정서는 시대의 분노가 더 적확한 표현이다. 가진 자들의 갑질이 당연시되는 ‘지금, 이곳’(이 역시 벌써 폐기처분되어야할 루카치식 표현이지만 아직도 유효하다)의 상황을 영화는 욕심내지 않고 순서대로 따라간다.

달걀로 바위를 쳐봐야 달걀만 깨지는 게 고달픈 서민의 삶이니, 적당히 바위 그늘에서 달걀이나 까먹는 인생(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이 그나마 덜 강퍅한 선택일진데, 김명민이 연기한 주인공은 나름 주인공답게 다른 선택을 한다. 관객들이 원하는 권선징악이라는 포인트를 향해서 욕심내지 않고 달려가는 성실함 말이다. 물론 그래서 영화다. 사실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극장 의자에 앉는 사람들의 심리는 단순하다. 그 단순함을 제대로 파악하면 천만고지도 눈앞이다. <국제시장>, <히말라야>, <명량>의 전례를 들지 않더라도.

천만 영화가 되기에는 이 영화 최루코드도 약하고 애국심에 호소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공감지수는 올라간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 나도 예외는 될 수 없으니까. 권력의 횡포나 시대성의 야만을 개인의 불운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이젠 치외법권도 권선징악도 영화에서 보기 드문 소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에잇! 또 권선징악이야? 지금이 쌍팔년도야? 이런 푸념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정말 세상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갑질도 을질도 없는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세상은 유토피아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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