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포스터.

요즘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장르를 막론하고 타임슬립, 타임루프, 타임리프와 같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이야기가 인기를 끈다. 생각해보면 실현 여부를 떠나서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본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기에 실수를 했고, 다른 동물과 달리 그 실수를 자각하고 후회를 하니, 그런 미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고치고 싶은 거다.

<시간이탈자>는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스릴러를 표방한 멜로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참 좋다. 그 힘이 너무 드세서 개연성쯤이야 찜 쪄 먹고 아귀가 좀 안 맞아도 억지로 끼워 맞추기까지 한다. 그 와중에 사방팔방에 흩뿌려놓은 멜로까지 대충 수습했으니, 덕분에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 시간 때우기 위해 영화를 본다는 관객한테는 적절한 선택이리라 싶다.

그러나 개연이 중요한 관객이라면 조금 위험한 선택이다. 미제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와 30여 년 전 연쇄살인마에게 연인을 잃은 남자가 꿈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는 이 설정은,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 측면에서 봤을 때 허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니 따지지 말자.

멜로 라인도 그리 썩 기대할 수준은 아니다. 물리학도 출신인 곽재용 감독은 본인의 성향은 다른데 있다는 듯 <비오는 날의 수채화>나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등 청춘멜로물을 찍었다. <시간이탈자>에서도 그 신파가 엄청나게 반영돼 있다. 다만 그 시절의 청춘이 좀 더 세월이 흘러버려서인지 조금 많이 낡았다. 게다가 각색까지 참여했던데, 대사마저 진부하고 고루하다. 아니,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가 이상했을까? 이 때문에 사랑도 아름답게 표현되지 못했고 스릴러의 긴장감도 어중간하다. 그냥 하나만 하지.

이러나저러나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의 분기점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하던데, 만일 미래의 기억을 온전히 보전한 채 되돌아간다면, 인적, 물적 자원의 싹쓸이도 할 수 있을 테니 잘하면 세계정복도 가능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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