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세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 워킹맘이 있다. 그녀의 집의 지하에는 이혼한 전남편이 빈대처럼 붙어산다. 1층에는 침대에서 절대 벗어나는 법 없이 TV만 보는 워킹맘의 엄마가 있으며 2층에는 워킹맘의 할머니가 산다. 여기에 이혼해서 집을 나갔던 워킹맘의 아빠가 더부살이를 하러 들어오고, 가끔씩 찾아오는 이복언니는 속만 뒤집어 놓는다. 모두들 워킹맘만 쳐다보고 있다.

영화 <조이>는 세파에 찌든 평범한 주부가 역사상 가장 성공한 CEO가 됐다는 조이 망가노(Joy Mangano)의 실화를 근거로 하고 있기에 은근히 눈길이 많이 쏠렸던 작품이었다. 가뜩이나 힘든 세상에, 홈쇼핑에서 가장 많이 팔린 Miracle Mop을 발명해 지금은 미국 최대 홈쇼핑채널의 주인이 된 실제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무언가 얻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더불어 소시민 성공기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결론은?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실망감뿐이다. <조이>라는 영화제목 그대로 기쁨을 줘도 시원찮을 판국에 울화통만 터지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온라인에서는 통쾌한 이야기를 ‘사이다’, 속 터지는 답답한 이야기는 ‘고구마’라고 하던데, 사이다를 기대하고 갔던 사람들에게 물도 안 주고 고구마 백 개를 처먹인 꼴이다. 하다못해 웃음이라도 좀 주던가.

힘든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는 모르나 얼척없이 사고만 치던 가족은 끝가지 변함없다. “사업은 추운 겨울에 배를 몰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는 멋진 말을 하나 보여주더니, 그 배는 좌초만 하지 않았을 뿐 항해하는 동안 내내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기만 한다. 마지막에 그럴싸한 회장님 의자에 앉히고 모두모두 잘 살았다는 말로 마무리하면, 정말 돈 주고 들어온 관객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 요즘 인터넷 용어로 ‘충공깽’, ‘아시발쿰’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올 법하다.

그래도 볼만한 건 제니퍼 로랜스의 연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의 연기는 정말 볼만하다. 그럼에도 로버트 드 니로, 브래들리 쿠퍼,이사벨라 로셀리니 등의 연기를 보고 있으니, 정말 배우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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