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가 내년 세입·세출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사천시 예산을 집중 삭감하려 해 문제다. 이는 전형적인 기초단체 길들이기이자 감정이 섞인 보복성 예산 삭감이어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는 도의회의 8일 상황을 정리하면, 건설소방위의 경우 ▷사남면 지방도 확장 공사 2억5000만 원 ▷곤양 목단천 하도준설사업 2억2400만 원 ▷사천 소하천 정비사업 6억5000만 원 ▷죽림삼거리∼남양동 주민센터 도시계획도로 개설 3억 원 ▷향촌 삽재농공단지 조성 및 재정비 지원 1억5000만 원 ▷종포산업단지 공업용 수도건설 2억300만 원을 감액했다. 합계 17억7700만 원이다. 이는 건설소방위의 도 전체 삭감액 68억7000만 원의 25%에 해당한다고 하니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평년보다 사업비를 더 많이 신청했던 경남항공우주엑스포 관련 예산에서 경제환경위가 2억 원을 삭감한 것을 빼면 유독 건설소방위에서만 예산 삭감이 크게 일어난 셈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극히 감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발단은 지난 11월 4일로 거슬러 오른다. 건설소방위 위원들이 행정사무감사 일환으로 종포일반산단 조성 현장을 방문했을 때다. 사업보고를 직접 맡은 송도근 시장과 천영기 도의원(통영2‧새누리당)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천 의원이 은근 슬쩍 송 시장을 먼저 자극했다. 건설소방위원 다수가 새누리당인 점을 언급하면서 송 시장이 무소속임을 강조했다. 이후 “MRO 예산을 주지 않으면 어떡할 것이냐”는 자극적인 질문을 던졌고, 이에 송 시장이 “그 부분은 물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천 의원은 “왜 자격이 없느냐”고 따졌고, 송 시장은 “일개 도의원이 시장에게 하는 짓이 그게 뭐냐”고 맞받았다. 설전은 여기서 끝났다. 건설소방위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두 사람 중 누가 더 잘 하고 못했는지 따지는 일은 의미 없다. 둘 다 공인으로서,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다.

허나 그때 가진 감정을 한 달이 지난 지금 공적인 영역에서 푼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천뿐 아니라 경남도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항공MRO사업 유치 결의안을 부결시켰는가 하면, 사천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여러 사업비를 ‘사업 의지 부족’이란 모호한 표현으로 깎아버렸다. 이쯤 되면 ‘일개 도의원’이란 표현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당부하고 싶다. ‘힘 있는’ 도의원이여. 부디 그 힘을 제대로 쓰시라. 당신들이 힘을 써야 할 곳은 사천시와 같은 ‘힘 없는’ 기초단체가 아니라, 홍준표 도지사 같은 ‘힘이 더 센’ 곳이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자세로는 어딜 가도 좋은 소리 듣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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