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환경 별주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곳. 별주부전의 본고장을 자처하는 사천시가 서포면 비토섬을 치켜세우는 말이다. 하지만 사천시의 구호와는 달리 전국적으로 ‘탁상행정’의 표본처럼 인식되고 있다.

민간투자자를 찾지 못해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비토관광지는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개발방안을 찾다 못해 펜션 등 소규모 개발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당초 총 770억 원(공공 402, 민자 368)의 사업비를 투입, 고대소설 별주부전의 원류로 알려진 비토리 일원 28만4000㎡를 해안관람형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이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2013년에 가서야 타당성이 없다는 학술용역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민간투자자를 모색했으나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오히려 관광지로 묶으면서 주민들의 재산권만 제한한 꼴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예산으로 추진한 비토별주부테마파크는 어떤가. 별주부전 설화배경장소 재조명과 국제적인 문화예술 관광 명소화를 목표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41억5500만원을 투입해 테마관광인프라구축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현실 여건을 보지 못한 채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수준 높은 창극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창극단 운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창극단은 몇 년의 공연을 끝으로 해체되면서 약 5억 원의 혈세만 낭비한 모양새가 됐다. 자체적인 역량과 계획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정부의 페널티도 받았다. 전망대와 산책로도 적막감이 감돌긴 마찬가지다.

비토해양낚시공원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물고기가 많지 않다던 지역민과 어업인들의 우려에도 시는 현재 위치를 밀어붙였다. 정작 준공을 한 뒤에는 수개월째 개장조차 못하고 있다. 비토어촌계에서는 수익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막대한 위탁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사전에 충분히 협의와 논의가 되지 않은 것이 50억 원의 혈세를 쏟고도 문조차 열지 못 하게 된 원인이란 지적이다. 공유재산을 위탁하면 당연히 관련 조례에 따라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을까. 준공 직전 와서야 이 사실을 공개해 빈축을 샀다.

최근 사천시는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는 비토테마파크 일원을 캠핑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과연 이번엔 믿어도 되는 걸까.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경제성을 따져 앞선 실패 사례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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