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진분홍 철쭉 물든 능선…기암괴석, 한려수도 비경 한 눈에
용이 누워, 때를 기다리는 형상…고려 현종 부자 애틋한 사연도

▲ 철쭉 핀 와룡산(사진=사천시 제공)
‘누워 있는 용을 깨워 하늘로 올려 보내자. 와룡이 비룡이 되어 굽어보니, 액운은 멀리 가고 나라와 지역은 평안하리라.’

사천시 산악인들은 지난 37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년 지역산악인들이 시의 발전과 산악인들의 안전산행, 시민의 무사안녕을 비는 와룡산비룡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 행사는 기존 1박 2일에서 당일 행사로 하루 줄었다. 사천시시장배등반대회 참가자들은 10일 오전 10시 용두공원에서 출발해 상사바위까지 등반하는 전국 산악인대회에 전국의 산악인, 등산동호인 등 7~8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오후 5시부터는 용두공원 일원에서 제를 지내며 모두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한다.

#와룡산은 어떤산?
그렇다면, 세월 속 굽이굽이 사천을 품고 있는 와룡산은 어떤 산일까. 사천시사에는 와룡산에 대해, “사천시의 진산(鎭山)으로 사남면· 용현면· 백천동· 송포동· 죽림동· 와룡동· 봉남동· 이흘동을 거쳐 동으로 고성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한 마리 누운 용의 형상으로 주위에 구름이 모인 것처럼 많은 산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수문장 형세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와룡산은 낙남정맥 남쪽에서 형성된 산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규모가 크다. 산세는 읍면과 동을 잇고 있어,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

와룡산은 산이름과 더불어 ‘용’ 자를 이름삼은 지명이 많이 있다. 민재봉을 기준으로 세 가닥으로 뻗은 산줄기 가운데 남서릉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을 좌룡동이라 하고, 남서릉과 남동릉 사이에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움푹 들어간 형태의 분지 안의 마을은 와룡동이라 불린다. 또한 포물선을 그리며 뻗은 남동릉 끝자락에 솟은 봉은 용의 머리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용두봉으로 이름 붙였다. 용의 이름을 딴 사찰과 암자도 많은 편이다.

와룡산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번째이자 막내아들인 욱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욱이 조카인 경종(5대)의 두번째 부인 헌정왕후와 정을 통한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던 것. 경종은 욱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순이 태어나자마자 헌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 곁으로 보내져, 아버지 욱이 숨을 거둔 여섯 살이 되던 해까지 함께 와룡산 기슭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 현종은 즉위 후 당시 사수현을 사주로 승격시켰다. 요즘 정치인들 역시 선거시기가 되면 자신 또는 사천시를 와룡에 빗대어 말하며, 비상을 이야기한다.

한동안 와룡산 정상은 해발 798m 민재봉으로 알려져, 영산의 반열에 끼지 못했다. 몇 해 전 국토지리정보원이 와룡산을 위성으로 정밀 측정한 결과 새섬바위가 민재봉보다 약 2m가 더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009년께 이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2010년께 801.4m 새섬봉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졌다. 800미터가 넘어야 100만 분의 1 대한민국전도에 등재된다.

와룡산은 주말이면 많은 등반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체적으로 갑룡사에서 시작하는 1코스, 동양 최대 와불(臥佛)이 있는 백천사에서 시작하는 2코스 그리고 최단코스인 4코스 진분계-민재봉 코스를 많이 찾는다. 2코스는 초보자들도 올라갈 수 있다. 용현신기마을에서 시작해 안점봉화대, 선바위, 명지재, 백천재, 민재봉, 병풍바위, 거북바위, 용두봉에 이르는 종주코스는 대략 7~8시간이 걸린다. 등산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와룡산 정상인 민재봉에 이르면, 산 정상인 민재봉에 오르면 산의 여러 바위와 봉우리, 한려수도와 남해의 크고 작은 섬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룡산은 자연암벽장이 잘 발달해 전국의 클라이머들이 훈련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와룡산의 절경은 철쭉이 피는 5월이지만, 이미 3월 말부터 능선을 따라 진달래가 화려한 꽃을 피우는 등 화려한 경치를 만끽 할 수 있다. 사천 8경 중 하나인 와룡산 철쭉을 즐기러 주말나들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비룡의 꿈 담고 산악인들 화합도”
<김종구 사천시산악연맹회장 인터뷰>


   
▲ 김종구 사천시산악연맹회장
#산악인들이 생각하는 와룡산의 매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읍면과 동 모두에 걸쳐 있어 사천을 하나로 잇는 상징적인 곳이다. 초보자들부터 전문 산악인들까지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하다. 경남산악인들은 반드시 히말랴야 등정을 두고 와룡산에서 훈련을 한다. 히말라야 등반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가 그것이다. 일반인들은 사시사철 수려한 산의 경치와 한려수도 바다,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37년간 와룡산비룡제가 이어져 오고 있는데...
37년 전, 그러니까 1979년 제1회 와룡산비룡제를 지내며 당시 삼천포시의 발전과 산악인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누워 있는 와룡을 깨워 비상하게 하자는 취지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설렜다. 당시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산에 매료된 산악인이 문화제 형식으로 시작했고, 지역민들도 관심을 갖고 많이 참여해 발전해왔다. 7년 전부터는 사천시장배등반대회도 열고 있다.

#올해 행사의 주안점은?
전국의 산악인들과 교우하는 동시에 사천지역내 동호인들의 화합을 다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 동지역 산악회가 주축이 된 부분이 있어서 읍지역 참여가 아직은 적은 편이다. 지역내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와룡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염원이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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