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십시일반 모은 구호물품 진도군청으로…수업 시작 전 묵념

통곡하는 팽목항을 보며 온 나라가 울었다.

200명이 넘는 단원고 학생들을 진도 앞바다에 수장시킨 ‘세월호’의 침몰은 대한민국을 가라앉혔다.

음악소리, 웃음소리를 꺼두고 ‘무사 귀환’을 기원해 봐도 늘어가는 사망자 수에 온 몸이 저릿하다. 담담한 일상이 죄스러울 뿐 이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이 비보가 남 일 같지 않다.

“할 말이 없지요. 그저 미안하고... 우리 애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워요. 선생님 말씀, 엄마 말 들어야 한다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이 대형 참사를 지켜보는 같은 또래의 학생들도 뉴스를 볼 때마다 코끝이 먹먹했다.

지난 16일 이후 학생들은 매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마다 텔레비전을 켜 놓고 구조 상황을 지켜봤다. 사망자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울기도하고 먼저 탈출해 버린 선장 소식에 분노하기도 했다. 비탄에 잠긴 유가족들을 보며 자신들의 아빠, 엄마 얼굴이 생각나 더욱 목이 메었다.

학생들은 사고 뉴스들을 꼼꼼히 찾고 읽었다. 유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만한 일을 찾다가 전국 각지에서 구호물품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에 함께 동참키로 결심했다. 이 ‘동참’에 함께 한 학생들은 삼천포여고와 사천여중 학생들.

▲ ‘세월호’에서 푸른 청춘을 잃은 단원고 2학년 학생들. 삼천포여고 2학년들은 같은 나이, 같은 세대를 살았던 친구로서 그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이들이 유가족을 위해 모은 구호 물품들.(사진=삼천포여고 제공)

“피해자들이 동갑내기 친구들이에요. 우리도 200 명이 넘는 친구들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죠. 그 친구들 엄마, 아빠의 자녀 된 마음으로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지난 17일 저녁 삼천포여고 2학년 송반 학생들은 반 전체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유족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모아 진도에 보낼 계획을 세웠다. 각자 알고 지내는 친구들과 1, 3학년들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다음날 송반에 모인 구호물품은 꽉 채운 박스로 26개가 모였다.

삼천포여고 2학년 송반 학생들은 17일 저녁, 카카오톡 단체 대화창에서 한 친구의 제안에 따라 구호물품을 모아 진도에 보내기로 했다. 알고 지내는 1, 3학년들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다음날 송반에는 전교생 대부분이 들러 구호물품을 놓고 갔다. 이렇게 모인 것이 총 26박스. 여학생들이 우체국에 직접 들고 가기에는 힘에 부쳐 담임선생님 도움으로 우체국 차량을 이용해서 진도로 보냈다.

사천여중 1,2학년 학생들도 각급 반장 중심이 돼 반별로 구호 물품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주 목요일부터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를 고민했단다. 진도 군청에 연락해 필요한 물품을 묻고 종류별로 기부를 받았다. 담요, 샴푸, 칫솔, 치약 등 평소 일상에 자주 쓰이는 것들로 준비했다.

2학년 5반 반장을 맡은 최연주 학생은 “우리 오빠랑 똑같은 나이의 언니, 오빠들인데 그렇게 되니까 정말 마음이...”라고 말을 삼키며 “생존자가 안 나오고 있는데 시신을 빨리 건져서 가족들 품에 돌아가면 좋겠어요”하고 말했다.
▲ 사천여중 2학년 학생들은 이미 지난주 금요일 구호물품을 진도로 보내고 지난 22일에 두 번째 물품 기부를받고 있었다. ‘꼭 필요한 것’들을 야무지게 챙긴 아이들.

학생들의 이런 활동에 기특해하는 사천여중 하옥둘 교감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낍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싶습니다”라며 “우리 아이들을 잃은 것처럼 슬프고 남일 같지가 않아요”라고 전했다.

▲ 지난 23일 아침 사천고등학교 방송조례 시간. 강영철 교장의 주재로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 을 추모하는 묵념식을 갖고 있다.(사진=사천고등학교 제공)
사천고등학교는 지난 22일 아침, 전교생이 등교를 마친 후 강영철 교장 주재의 방송조례를 갖고 묵념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했다. 사천고등학교 학생회는 또 이날부터 구호자금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사천고등학교 학생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이렇게라도 위로를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우리나라에 실망했어요.”

구호물품 전달에 동참했던 한 여중생의 말이다. 이제 철없는 어른들이 이 아이들의 ‘실망’을 달래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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