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기다리는 사천시 유권자들의 목소리

▲ 설 연휴 마지막 날, 사천읍터미널은 의외로 한산했다. 놀랍도록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역시 따뜻했다.(사진=뉴스사천DB)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20여일 앞둔 설 연휴 주말, 사천 시민들을 만나 이번 선거 후보자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더 정확하게는 ‘이런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다짐을 들은 것이라고 해야겠다.

“당적 아닌 개인 소양 보고 판단할 것”


사천 곤명에 살고 있는 삼십대 초반 나이의 P씨는 소신대로 출마한 사람에게 표를 주고 싶다고 했다.

“경기권이나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정치 얘기를 나누면 항상 ‘너희 동네는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이 새누리당 지지자 아니냐’는 소릴 들어요. 틀린 얘긴 아니겠지만 이렇게 치우쳐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이번 선거에서는 시민들이 당적을 따지지 말고 후보자 개인의 소양과 역량을 보고 판단했으면 해요. 저 역시 그렇게 해야죠.”

얼마 전까지 진주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Y씨도 곤명면 정곡리에 살고 있다. 집은 사천에 있지만 정작 주요 생활권은 진주라 사천시민이라는 짙은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천의 최서북단에 살고 있는데요. 곤명면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 생활권이 진주일겁니다. 그러다보니 사실 사천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해요. 그래서 뭔가 사천시민이라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게 어떤 교류나 연대감을 조성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정책을 펼치는 후보가 나오면 좋겠구요. 무엇보다 이렇게 사천시가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에게 표를 주고 싶어요.”

Y씨는 또, 크고 작은 갈등들을 아우르고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잘 모르지만 시민행복에 나랏돈 써 주길”


사천시 한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L 씨는 올해 스무 살이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그녀는 경력을 쌓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와 실습을 거쳐 1년 7개월 째 일하고 있다. 설 연휴도 반납하고 사천시 관광부문 발전에 한 몫을 하는 그녀에게 ‘정치’는 아직 낯설다고 했다.

“아마 투표일에도 일을 해야 할 텐데 투표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정치에 대해 잘 몰라요. 우리지역 많은 것들이 발전해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호텔에 있다 보면 여러 행사들을 보게 되는데요. 그 비용들을 좀 줄여서 다른 쪽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시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쪽으로요.”

사천읍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B씨는 사천에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활기찬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런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자를 바라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사천이 나름대로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좀 더 잘되면 좋겠죠. 사실 특별히 누구를 지지하겠다는 것은 없어요. 후보들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지켜봐야겠지요. 지지하는 정당은 안철수 씨의 (가칭) ‘새정치신당’인데요. 지난 대선 전부터 안철수 씨의 철학이나 경영방식을 좋아해 왔고 그런 마인드로 정치도 잘 이끌 수 있다고 여기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 중에 안철수 신당을 표방하는 후보가 있다면 적극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경제 살릴 힘 가진 사람 뽑아야지요”


사천읍터미널 부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사천경제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노라 힘주어 말한다.

“우리 장사하는 사람들은 바로 알지요.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를 피부로 느낍니다. 이미 우리도 거래처가 10군데나 떨어져 나갔어요. 경제를 좀 살려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다는 그녀는 이번에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는 후보에 마음을 싣겠다고 했다.

“젊은 층에서 안철수 신당을 많이 지지하고 있겠지만 저번 대선에서부터 봤을 때 너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아 믿음이 가지 않아서...”

A씨의 남편은 특정한 당을 지지하기보다 지역에 대한 뜨거운 마음 가진 후보를 찾겠다고 했다.

“사천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오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토록 다양한 민심이 결국 한데 모이는 곳은 ‘진심’이 아닐까 싶다. 조금은 ‘아픈’ 진심들도 있었다.

사천의 한 뷰티관련 숍에서 일하는 20대 모 씨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뭘 하든 저에게 닿는 게 없어요. ‘내 일’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오랜 외국 생활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K씨도 정치는 정치 일뿐 누가 당선돼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누가 이들을 꾸짖을 수 있을까.
 
오히려 이들의 무관심이 주는 일침을 잘 받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방자치제의 꽃이 예쁘게 피려면 이들 마음에 물을 주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유권자들의 마음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들의 눈과 귀는 더 ‘스마트’해졌고 영리하다. ‘6·4 지방선거 120일의 대장정’ 출발선에 선 후보자들이 각자의 진정성을 한 번 더 타진 해 볼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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