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황당 요구에 사천시 망연자실.. A320 날개 공장 유치 난항

▲ A320 날개 구조물 생산공장을 붙잡아 두려는 사천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KAI의 마음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7일 사천시청에서 만나 이 문제를 의논하고 있는 정만규 사천시장, 여상규 국회의원, 김홍경 KAI사장(오른쪽부터).
A320 날개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을 사천에 붙잡아 두려는 사천시의 막판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마음이 선뜻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만규 사천시장과 김홍경 KAI사장이 13일 만났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헤어졌다.

KAI는 지난 6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A320 날개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을 산청군 금서제2농공단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어 이와 관련한 투자양해각서를 산청군과 7월 19일 체결하려 했으나 사천시의 반발과 여상규 국회의원의 중재로 보류된 상태다.

사천시는 이 틈을 타 KAI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사천시 용현면 소재 종포(신촌)스포츠파크 예정부지를 산업단지로 용도변경 해 무상임대 하는 한편 폐수처리시설을 갖춰 주고 도로 또한 넓혀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직원 숙소 등 각종 후생복지시설까지 지원을 약속한 산청군에 비하면 모자랄 수 있지만 본사가 있는 사천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KAI로선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KAI 측 반응은 신통찮았다. 2014년까지 에어버스사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게 이유였다. 따라서 지난달 말, 사천시가 공사착공 가능시기로 11월을 제시했음에도 “9월도 늦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던 KAI가 지난 9일에는 ‘사천시에서 약속한 기간 내에 사업을 착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오는 16일까지 알려 달라’는 요지로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 사천시가 KAI에 제안한 용현면 스포츠파크 예정지.
이에 사천시는 자신감을 보였다. 전담팀을 꾸려 진행하면 공사착공에 필요한 도시계획변경, 지구단위계획변경, 전략환경영향평가수립 3가지 일을 3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13일, 사천시청에서 정만규 시장을 만난 김홍경 사장은 다시 한 번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사천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날개구조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11월 10일까지 건축허가가 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관계기관의 공문을 첨부해 달라는 요구였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기관은 도시계획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경상남도,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를 맡을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이다.

이에 사천시는 난색을 표했다. 이날 사천시 김태주 지역경제과장은 “우리가 언제까지 뭘 하겠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타 기관에서 이를 확인해주는 공문은 발급하기 어렵다”며 “이런 조건을 다는 저의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KAI의 A320 날개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은 산청군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천시가 특정 날짜를 정해 공장 착공을 가능하게 한다는 약속을 상급기관을 상대로 얻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KAI가 제시한 16일까지 어떤 묘책을 찾을 수 있을지 사천시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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