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세계일주>6. 세비야에서 아찔했던 소매치기 경험
스페인에서의 여행 마지막 도시였고, 소매치기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전감에 가득 차 여유롭게 광장을 구경했었는데, 이런 우리의 느슨한 마음에 경고를 주려던 것인지 아님 너무나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에 취해 있었던 탓인지 암튼 황당하게 경찰서에 가게 되었다.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의 풍경과 햇살에 취해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그 순간 옆에서 주먹다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미애에게 이만 가자고 했다. 근데 내 옆에서 누워 있던 미애가 그랬다.
“언니, 내 가방이 없어.”
놀라서 두리번거리는데, 싸우고 있는 무리 한쪽에 서 있는 덩치 좋은 여자가 미애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달려가 가방 달라고 했더니 자긴 경찰이란다. 경찰이건, 뭐건 일단 가방 주고 이야기 하자고 했더니 주변을 둘러싸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짧은 영어로 말했다.
그래도 내 친구의 가방을 돌려주고 난 후 이야기를 하자며 버텼더니 조폭(?)처럼 아저씨 한명도 오더니 신분증을 보여 주며 자기들은 경찰이란다.
사건의 전모는 그랬다.
햇살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았던 미애의 가방을 소매치기가 들고 갔고, 그것을 스페인 잠복 경찰이 현장에서 검거했던 거였다.
그리고 그 싸우는 소리는 잠복 경찰이 소매치기를 검거하던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었고.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한가하게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니…….
검거된 소매치기를 보니 맘씨 좋게 생긴 아저씨였고, 검거한 경찰들은 한눈에 봐도 무척 건강해 보이는 체격에 머리까지 박박 밀어 완전 조폭 같이 생겼다.
이래서 사람들이 그러나 보다. 외모 보고 그 사람 판단하지 말라고.
나의 영어가 아니라 바디랭귀지로 지금껏 모든 행동을 취했음이 명백하다 싶을 정도로 정말 영어가 하나도 되지 않는 경찰과 스페인을 여행하면서도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하는 우리가 온갖 비언어적 수단을 동원하여 같이 4시간이란 대장정에 걸쳐 조서를 꾸미고, 감사의 표시로 가지고 있던 열쇠고리를 선물하며, 사진 찍기를 청하자 소매치기범 잡을 때와는 달리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즐겁게 촬영에 응해주던 멋진 스페인 경찰 언니와 아저씨들.
그러면서 조심히 다니라며 경찰서 앞까지 배웅해 주던, 열심히 근무하던 자랑스러운 스페인 경찰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난 당당히 증언할 수 있다.
"스페인 경찰은 놀고 있지 않는다"고. ^ ^
이 글은 김윤경 시민기자가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3개월간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여행기다. 그녀는 1997년 해군장교로 임관해 근무하다 2010년 11월에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지금은 보건교사로 일한다. 고향은 경남 진주다. -편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