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기획]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꿈꾸며 ②

주민 변화 이끈 한탄강·청송 지질공원의 힘은 무엇?

2021. 10. 14 by 하병주·김상엽 기자

강과 용암대지가 만든 멋진 선물, 한탄강 지질공원
주왕산 국립공원이 품은 지구의 비밀, 청송 지질공원
지질공원은 주민을 춤추게 한다?…달라진 생각·풍경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쉬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사천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객을 사로잡을 ‘한 방’이 못내 아쉽다. 그 틈을 메울 방안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는 어떨까? 다양한 화석산지와 경관 자원을 엮는 것만으로도 사천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

[뉴스사천=하병주·김상엽 기자]

한탄강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

사진 왼쪽 상단부터 순서대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의 전경, 센터 내 교육에서 만드는 지질케이크, 왼쪽 하단부터 멍우리협곡 안내, 멍우리 협곡의 전경.
사진 왼쪽 상단부터 순서대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의 전경, 센터 내 교육에서 만드는 지질케이크, 왼쪽 하단부터 멍우리협곡 안내, 멍우리 협곡의 전경.

사천시의 지질 자원과 경관 자원을 엮어 국가지질공원이란 이름표를 달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먼저 주목할 곳은 한탄강 지질공원이다. 이곳은 강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게 특징으로, 국가지질공원(2015년 12월 인증)이면서 곧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2020년 7월 인증)이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북한)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른다. 철원군, 포천시, 연천군을 차례로 지난 뒤 임진강과 만난다. 하천과 용암이 빚어낸 아름다운 현무암 협곡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 등이 자랑이다. 휴전선과 가까워 과거엔 관광객 방문이 뜸하고 각종 개발 압력에서도 벗어나 있었으나, 오늘날엔 오히려 그것이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한탄강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연천권역 지질명소인 재인폭포.
한탄강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연천권역 지질명소인 재인폭포.

한탄강 지질공원의 면적은 1165.61㎢이다. 포천시가 493.24㎢로 가장 넓고, 철원군이 398.72㎢, 연천군이 273.65㎢이다. 이곳에 26곳의 지질 명소가 흩어져 있다. 포천권역의 대표적 지질 명소로는 대교천 현무암 협곡, 화적연, 비둘기낭 폭포, 멍우리 협곡을 꼽을 수 있다. 연천권역에는 재인폭포, 차탄천 주상절리, 전곡리유적 토층, 당포성이 유명하다. 철원권역에는 소이산 용암대지, 샘통(용출수), 직탕폭포, 고석정이 있다.

이 지역은 원생 누대부터 신생대까지 지질 시대별로 다양한 암석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신생대 4기에 이르러 낮은 평야지대를 한탄강 용암이 뒤덮었고, 다시 오랜 풍화와 침식 작용이 일어나 ‘전곡층’을 이루었다.

전곡층에선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제268호)처럼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유물과 유적이 많이 발견됐다. 특히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최초로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가 발견돼 세계적인 선사시대 유적으로 손꼽힌다. 이에 연천군은 구석기 문화축제를 열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포천시는 유네스코 지질공원 등재를 계기로 관광 자원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서 한탄강지질공원센터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한탄강지질공원센터는 지질공원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이란 평가를 듣는다. 한탄강의 지질과 역사, 그 속에서 피어난 삶과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각종 체험교육도 인기다.

두 지자체에 비해 지질 명소가 적은 철원군에선 DMZ 평화관광, 한탄강 주변관광, 길 테마여행 등으로 여러 테마여행에 지질 자원을 녹여내는 식이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는 여행객이 점점 늘고 있음을 십분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청송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

사진 왼쪽 상단부터 이춘규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중인 모습, 주왕산 기암단애, 왼쪽 하단부터 주왕산 협곡의 모습, 새로 지어지고 있는 청송지질공원센터의 모습.
사진 왼쪽 상단부터 이춘규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중인 모습, 주왕산 기암단애, 왼쪽 하단부터 주왕산 협곡의 모습, 새로 지어지고 있는 청송지질공원센터의 모습.

청송 지질공원도 국가지질공원(2014년 4월 인증)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2017년 5월 인증)이다. 면적은 청송군 행정구역과 똑같은 846.05㎢이다. 청송군이라는 단일 지자체로 지질공원을 이루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모두 24곳의 지질 명소가 있으며,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주왕산 권역과 신성계곡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주왕산 권역에서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다양한 지질 현상과 아름다운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주왕산 일대는 대체로 백악기 후기에 만들어진 응회암 지대이다. 응회암은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쌓인 뒤 단단하게 굳어 생겨난 암석이다. 두꺼운 응회암 덩어리에 생긴 수직 방향의 틈(=절리)을 따라 오랫동안 침식이 일어난 결과가 오늘의 주왕산인 셈이다.

청송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인 주왕산 국립공원의 입구에 있는 기암단애.
청송 국가·유네스코 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인 주왕산 국립공원의 입구에 있는 기암단애.

이렇다 보니 주왕산에는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유난히 많다. 이것이 나무와 숲이 우거진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어 특별한 풍광을 연출한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입구에 있는 기암 단애가 대표적이다. 폭이 150m에 이르는 이 거대한 바위는 6개의 수직 절리를 따라 7개의 봉우리로 나뉘어 있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급수대 주상절리, 용추 협곡, 용연폭포를 만나게 된다.

이와 달리 신성계곡 권역은 자갈, 모래, 진흙이 쌓이고 굳어 만들어진 퇴적암 지대이다. 퇴적암은 지표면에 퇴적물이 천천히 쌓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암석 형성 당시의 지구 환경을 짐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백악기 시대(대략 1억 년 전) 신성계곡에는 공룡들이 살았다. 이들이 남긴 발자국이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이다.

이밖에 청송 지질공원에는 읍면동마다 지질 명소가 즐비하다. 청송읍 달기약수탕, 부남면 병암 화강암 단애, 파천면 송강리 습곡구조, 진보면 꽃돌(청송 구과상유문암) 등이다.

청송 지질공원의 또 다른 특징은 지질공원 인증 과정에 있다. 무엇보다 단체장이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춘규 청송 지질공원 해설사는 “지질공원 인증 당시에 재직했던 전 군수가 ‘여기에 청송의 미래 밥줄이 달렸다’며 공무원들을 독려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 덕분인지 청송군은 국가지질공원 인증에서 유네스코 지질공원 인증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민 변화에 깜짝 놀라다’

한탄강 지질공원과 청송 지질공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공통점은 지질공원 지정 뒤로 지역민들의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연천군의 윤미숙 지질생태팀장은 “국가지질공원 인증 뒤로 ‘내가 사는 곳이 이렇게 의미 있는 곳이었나?’ 하고 깨닫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덕분에 유네스코 지질공원 인증 때는 주민 참여도가 높아 오히려 심사가 쉬웠을 정도”라고 했다.

포천시의 한탄강지질공원센터를 관리하는 임우상 한탄강사업소장이 지질공원센터에 전시되어 있는 지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천시의 한탄강지질공원센터를 관리하는 임우상 한탄강사업소장이 지질공원센터에 전시되어 있는 지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포천시의 한탄강지질공원센터를 관리하는 임우상 한탄강사업소장은 “지질 명소가 관광 명소로 거듭나면서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라며, “‘북쪽에서 용암이 내려와 이런 지형을 만들었다’고 스스럼없이 설명하는 모습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청송군의 김영주 지질공원 해설사도 “주민들이 처음엔 낯설어했지만, 유네스코 등재 뒤 관광객이 더 늘어나는 걸 보고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엔 여름과 가을에만 붐볐는데, 지금은 사계절 관광지로 변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도 대체로 선방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활용, 지오메이트(=지오파트너) 활성화 등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에 관해선 다음 기회에 살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