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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발견] 코로나에도 지지 않고

2021. 07. 27 by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뉴스사천=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강의 색깔과 바다의 색깔은 닮아 있었다. 남강의 수위가 오를수록 남쪽 바다는 강을 닮아갔다. 바다 바닥의 얼룩일 수 없는 황톳빛 바다를 보며 멍을 때렸다. 날이 개이기 시작했고 바다의 수위는 한층 깊어졌다. 

여전히 삼천포는 삼천포스럽게 안온하다. 남쪽의 정서란 이런 것이지 하고 여기기에는 과할 정도로 녹아내리는 여름이다. 장마가 사그라진 덕분에 습습함은 온전한데 햇빛은 맹렬해졌다. 수도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 명대를 넘어섰고, 조용하던 휴대폰이 ‘안전안내문자’로 다시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사천에서도 확진자 소식이 들리고 사천에서 격리당하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한다. 같은 삼천포에 있지만 누군가는 갇혀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으로 발을 짚는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랬던가. 노마스크 장날이 그리울 때도 됐다. 대개 집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법인데, 삼천포 집은 아직 멀리도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급해 보였다. 그런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내는 동안 사천시청에서 문자가 왔다. 휴게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청년들에게 백신을 놔줄 것 같은 문자였다. 개인정보를 답신으로 보내라고 했다. 노 마스크를 그리며 답장을 보냈는데도, 백신 예약 날이 감감무소식이어서 연락을 취해봤다.

“휴게음식점 화이자 백신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도 답장으로 알렸는데요? 시청에서 따로 온 알림이었습니다.” 그러자 그곳에서는 “그거 예비조사였습니다. 아직 확정된 바 없습니다.”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예비조사라는 알림도 없이 당장 백신을 줄 것처럼 정보를 수집하더니 이게 무슨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인가 싶었다. 사천시는 청년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청년들이 사천인지 삼천포인지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휴게음식점만을 대상으로 백신 예비조사를 하는 것도 우습고 일반음식점은 예비조사에도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웠다. 예비조사라는 언급도 없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잃어 가는 마음이 들었다. 비단 사천시청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국가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온갖 악재들이 물러나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1순위였으면 하고. 장년층에 대한 대대적인 백신 접종을 마쳤으면 이제 활동성이 높은 청년들에게도 백신을 접종해야 할 때가 이미 왔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수도권의 4차 유행이 다시 지역사회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 안심할 수 없는 여름을 맞이한다.

능소화의 찬란한 색깔이 청년을 닮았다. 우악스러운 장마에 꺾이고 땅에 달구어져 녹아내릴 능소화의 모습이 나와 닮게 여겨졌다.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라는 그림책이 있다. 시처럼 이어지는 그의 한 마디들 속에서 ‘코로나에도 지지 않고’를 덧대고 싶어졌다. 코로나에도 지지 않고, 삶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삼천포라는 남쪽에서 만나게 되는 청년들이 능소화를 닮기는 매한가지다. 주황빛 선연하게 자신의 색깔을 지닌 청년들에게도 기댈 수 있는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다. 두루 제 일을 살피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는 그들에게 참다운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을 무엇인지 고민한다.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구륜휘 바다가분다 공방 대표

습함과 맹열기 속에서도 비에도 지지 않고 피어 있는 능소화를 오늘 마주했다. 떨어진 잎사귀마저 고개 숙여 살피는 꽃잎들을 보며 그래, 우리 지지 않고 잘 버텨내자 싶은 마음이 들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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