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 '지하철을 타고서'

<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 이 글은 작은도서관의 하나인 사천여성회 부설 ‘파랑새어린이도서관’에서 보내온 것으로, 어린이와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원이와 병관이 두 남매가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에 갑니다. 어른들과 함께 타본 적은 많지만 둘이서만 가는 것은 처음입니다. 차를 잘못 타면 어쩌나, 갈아탈 역을 지나치면 어쩌나 안 그래도 조마조마한데, 누나 지원이는 동생을 잘 챙겨야 한다는 책임까지 맡아 더욱 바짝 긴장됩니다.

그런 누나의 마음을 알기엔 아직 한참 어린 동생 병관이는 혼자 마구 뛰어다니고, 개찰구에 표를 자기가 넣겠다고 떼를 쓰고, 열차 안에선 쿨쿨 잠든 채 깨어나질 않아 누나 애를 태웁니다. 하지만 자기 표 값을 내지 않아 남은 돈을 구걸하는 앞 못 보는 아저씨의 바구니에 넣는 예쁜 짓도 할 줄 알지요.

지원이와 병관이, 누나와 동생의 상반된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누나는 바짝 긴장해서 노심초사인데, 동생은 마냥 신이 나 누나가 뭐라고 하건 하고 싶은 대로 다 합니다. 누나완 달리 걱정이 하나도 안되나 봅니다.
“야! 같이가 엄마가 누나 말 잘 들으라고 했잖아!” “병관아! 넘어져 조심해” “병관아 똑바로 앉아” “자지 마, 병관아!” “너 거기 안 서? 너 엄마한테 이른다” 누나가 병관이에게 하는 말들은 잔소리가 대부분입니다.

▲ 글:고대영 / 그림:김영진 / 출판사:길벗어린이
어린 나이에 느끼는 책임감, 조마조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지요. 또한 무척 약이 오른 듯도 합니다. 지원이의 꾹꾹 참았던 울음이 결국 엄마를 보자 한꺼번에 터지는 장면은 안쓰러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반면 동생의 여유만만함은 아마도 누나가 있어서 비교적 안심이 된 것이겠지요. 할머니 댁에 먼저 도착해선 꾸역꾸역 음식을 집어먹고 있는 모양이 얄밉기도 하지만, 그런 태평함이 귀엽기도 하고 어른들 입장에선 부럽기도 합니다. 대조적이지만 두 아이 모두 이렇게 어린이다운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해봐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것들도 있지만, 지원이와 병관이처럼 아주 긴장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커다란 ‘과제’를 수행하고 나면, 이런 것도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컸구나하는 뿌듯함을 아이도 또 그것을 아이만큼 긴장해서 지켜봤을 어른들도 느끼게 됩니다. ‘지하철 타고 할머니 댁 찾아가기’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수행한 두 아이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보내 주어야 할 듯합니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