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

<파랑새와 떠나는 재미난 책여행> 이 글은 작은도서관의 하나인 사천여성회 부설 ‘파랑새어린이도서관’에서 보내온 것으로, 어린이와 부모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천진한 아이들 모습으로 재탄생한 우리 옛이야기의 주인공, 우르르 산토끼

우리 구전 옛이야기 가운데 ‘녹두 영감’ 또는 ‘팥이 영감’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맞게 고쳐 쓴 것입니다. 작고 약한 존재가 힘센 인물을 골리는 줄거리는 옛이야기에서 꽤 흔하며, 꾀 많은 토끼는 우리 옛이야기의 대표적인 등장인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녹두 영감이 농작물을 먹는 토끼를 잡고 토끼가 꾀를 내어 도망간다는 이야기의 핵심은 그대로 살리면서 토끼의 성격을 장난기 많고 천진한 아이들 모습과 똑 닮게 그렸습니다. 이렇게 산토끼들이 아이들한테 아주 친근하고 공감이 가는 인물로 재탄생함으로써 이야기의 분위기도 한층 익살맞고 활달해졌습니다.

죽은 척 가만있는 것이나 술래잡기하듯 쫓고 쫓기는 장난은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와 닮았습니다. 팥이 영감이 죽은 줄 알고 꽃 무덤을 만들어 주는 것이나 산토끼 고기에는 무를 넣어야 제맛이라며 팥이 영감을 속여 넘기는 대목은 너무나 천연덕스러워 절로 웃음이 납니다.

우락부락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들의 한바탕 소동

글/그림 박재철, 출판사 길벗어린이
옛날에 조그만 뒷동산에 산토끼들이 살았습니다. 산토끼들은 날마다 팥이 영감네 팥밭에 몰래 들어가 주렁주렁 달린 팥을 따 먹었지요. 팥이 영감은 화가 나서 산토끼들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팥이 영감은 꾀를 냅니다. 바로 시체처럼 분장하고 죽은 척 누워 있는 것이었지요. 산토끼들은 팥이 영감이 진짜 죽은 것으로 알고 꽃 무덤을 만들어 주려다가 팥이 영감 손에 모두 잡혀 버립니다. 하지만 산토끼들이 순순히 당할 리가 없지요. 고이 기른 팥을 지키려는 팥이 영감과 그 팥을 빼앗아 먹는 산토끼들의 쫓고 쫓기는 소동이 한바탕 신나게 펼쳐집니다.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살린 글과 그림

힘세고 고집스러운 팥이 영감은 부리부리한 눈에 우락부락한 팔다리가 인상적이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산토끼들은 귀가 짧고 털빛이 짙은 우리 멧토끼 모습에 천진하고 장난기 많은 표정을 강조하여 서로 대조적인 인물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간결하면서 운율을 잘 살린 글은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 알맞습니다.

"팥이 영감은 우당탕 쫓아가고, 산토끼들은 우르르 도망갔어". "팥이 영감이 더 빨리 쫓아가면, 산토끼들도 더 빨리 도망갔어". "더 빨리, 달려 달려, 잡아 잡아". "더 빨리, 달려 달려, 달아나 달아나".
 
이렇게 팥이 영감과 산토끼들이 쫓고 쫓기는 장면을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표현하여 활달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또 산토끼 다섯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흥겹습니다.

팥이 영감이 죽은 척하고 누워 있자, 산토끼들이 “팥이 영감 죽었다! 어찌어찌 죽었나?” 하면서 “눈알이 터져서 죽었다”. “코피가 나서 죽었다”. “귀가 막혀 죽었다”. 우르르 한마디씩 하는 대목이 재미난 데, 이런 장면에서는 말풍선을 효과적으로 써서 산토끼들의 천진스런 말과 행동이 더욱 돋보이며, 익살맞은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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