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천을 비롯한 서부경남 곳곳에는 300mm가 넘는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습니다. 기상청이 지난 2009년에 “앞으로 장마 예보를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해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제대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자연의 힘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때론 엄청난 힘을 지닌 바람을 몰고 오고, 때론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을 퍼부으니 말입니다. 물론 종종 아까운 인명도 앗아가고 애써 가꾼 재산을 쓸어버리기도 해서 원망스럽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싸움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번 집중호우도 어김없이 산사태와 도로유실, 가옥붕괴 등 많은 피해를 줬습니다. 그런데 남강댐 안쪽 진양호를 둘러보니 한 가지 고마운 일도 했더군요. 바로 엄청난 쓰레기더미!
지리산일지 덕유산일지,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은 어느 작은 마을의 뒷산일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발걸음이 닿는 곳곳마다 누군가 버렸을 쓰레기를 고맙게도 수십 리 운반해 놓았네요. 눈살을 찌푸리기보단 먼저 흐뭇한 마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청소선과 트럭 그리고 인력을 동원해 한곳에 모아진 저 쓰레기를 치우기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폭우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써가며 저 쓰레기를 치워낼 수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막막합니다.
여기서 저 쓰레기더미의 원인제공자를 비난하는 일은 잠시 접었으면 합니다. 아주 드문 경우를 빼고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그 책임이 ‘오십 보 백 보’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깨끗이 면죄부를 줄 수도 없으니, ‘자연이 같은 선물을 여러 번 주지는 않을 걸!’ 이쯤으로 정리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