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 대학로,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며

관광객들을 태우고 남산타워로 이동중인 케이블카
63빌딩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택시를 타고 남산으로 향했습니다. 남산타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던지 아님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습니다. 어린 두 딸이 남산을 오르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았고, 특히 케이블카는 우리 가족이 처음 타보는 이동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탑승료는 어른기준으로 왕복 7500원. 두 딸의 탑승료는 조금 쌌지만 생각한 것보다 비싸다고 느껴졌습니다. 10분 정도 기다려서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으로 이동을 했는데 겁이 많은 큰 딸 윤정이는 넓게 펼쳐진 서울의 풍경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담한 면이 있는 작은 딸 송민이는 케이블카 아래쪽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언니를 놀리더군요.

기다리는 시간보다 케이블카의 이동시간은 불과 2.3분채 되지 않았습니다. 남산 정상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는데 바로 서울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난간 여기저기에 수백 개의 열쇠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작은 열쇠부터 대형 열쇠까지 다양한 열쇠가 걸려 있었는데 이것 모두 이곳을 찾은 연인들이 걸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사랑이 깨지지 않고 오래간다는 속설 때문이랍니다. 이글을 보는 분 중에 연인이나 부부가 남산타워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꼭 열쇠를 사가지고 가시길...

남산타워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입장료를 내야 했습니다.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어른기준으로 10,000원정도 한 걸로 기억합니다. 타워 아래서도 서울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타워로 올라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입장료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남산 정상 부근 난간에는 사진처럼 각종 열쇠가 걸려있다.
나중에 택시기사가 귀띔 해줘서 안 사실이지만 최근에 케이블카 탑승료와 남산타워의 입장료가 몇 천원 올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택시기사는 “민영화로 가격이 올랐는데 차라리 민영화 이전이 훨씬 좋았다”는 말을 하면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서울시를 성토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는데,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 올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비약이 심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예만 보더라도 민영화가 결코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는지...

다음 여행지인 대학로로 이동했습니다. 소극장과 대극장이 밀집해 있는 대학로는 한마디로 예술의 거리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아내와 윤정이가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싶다고 해서 공연주최측에 전화를 했는데, 어른, 아이 상관없이 관람료가 1인당 최고 10만원에서 4만원 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4명이니까 1인당 4만원으로 계산하면 16만원. 여행비가 여유롭지 않았던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죠. 어쩔 수 없이 더 싼 공연을 보기로 하고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 개그맨과 TV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개그맨들이 공연을 펼치는 컬투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관람료는 어른 2만원, 아이들은 1만5천원 선으로 카드로 계산하니 20% 정도 깎아줬습니다.
7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주말이라선지 백여 개가 넘는 좌석이 꽉 찼고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어 보였습니다.

관객 중에 우리 가족이 가장 멀리서 온줄 알았는데, 제주도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비록 이곳 컬투 공연장에는 무명의 개그맨들이 주를 이뤘지만 공연 내용은 신선하고 재미 있었습니다. 우리 딸들은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지만 대사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중간 중간 지루해 했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동안 웃고 배꼽을 잡는 사이 2시간 동안의 공연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남산타워 앞에서 '찰칵'
그 다음날인 일요일은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했습니다.
일정이 빠듯해서 자세히 보지 못한게 너무나 아쉬웠죠. 그리고 들고갔던 디지털 카메라도 배터리가 없어서 촬영도 하지 못해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촬영을 했습니다.

경복궁에서는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아서 경복궁의 유래와 왕들의 생활사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습니다.

경복궁에 이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진주박물관하고는 규모면이나 전시된 유물의 숫자에서 비교가 안되더군요. 그리고 중요한 거, 관람료는 공짜였습니다. 물론 기획전시는 관람료를 내야 했지만 상시 전시장은 무료로 볼 수 있었습니다.

상설 전시장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사까지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고 하루정도 일정을 잡아야 대부분의 유물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서 꼭 한번 가보시길...지금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뚫려서 3시간30분 정도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고 그리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10분 정도의 거리니 하루 일정이면 충분히 갔다 올수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강행군으로 이미 파김치가 된 상태라 대충 둘러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음에 다시 오기로 애들과 약속하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IMF보다 더 어려운 경제 상황에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요즘에 서울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신 일부 중에는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제 그 흔한 국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우리 아내와 딸들의 소망을 들어주지는 못했지만 결혼 10주년을 맞아서 다녀온 서울 여행으로 가족의 사랑을 더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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