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꿈꾸며> 어디에서 닭 농사 지어야 하나? (1)

 

▲ 일반적으로 동, 서, 남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 여름철엔 바람이 적어 덥고, 반면 겨울철엔 해가 일찍 떨어져 춥다. 그래서 이런 땅은 피하는 게 좋단다.

<건강한 삶을 꿈꾸며> 이 글은 최근 귀농한 오영환 님이 그의 고민과 경험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올리는 것입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편집자-


무항생제로 닭을 키워 유정란을 생산하리라 마음먹고 땅을 구하러 다녔다.

남향이나 동향의 값이 싼, 최소한 200평 이상의 땅. 전기와 통신시설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땅. 진입로가 확보되는 땅. 특히 닭을 키우려는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민원발생의 소지가 적은 땅. 상수도 시설이 가능하거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1급수의 지하수를 확보할 수 있는 땅(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무 항생제 축산물’ 인정 조건 중 일부 사항)이 최적이라 여기고, 땅을 보러 다녔다.

▲ 대법원 경매 사이트에서 출력한 경매 공고물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입맛에 딱 맞는 땅을 구하기는 너무도 어려웠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 보이는 땅은 역시나 남들에게도 당연히 좋은 땅으로 보이기에 가격이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힘들지라도 시작할 때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땅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몇 달간은 경매물건 중에서 땅을 구입하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경매에 나온 땅을 보러 갔다가 땅 주인인 한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 애끓는 하소연과 원망을 듣고 난 후 내 부모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심란하고 아팠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땅의 입찰을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남의 아픔을 나의 기쁨으로 만들 수 없었음이고, 독한 마음으로 백 번 눈감고 구입했다 해도 그 땅에서 농사 지으며 시시때때로 만나게 될 땅 주인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또한 그 마을 분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도 도움 되지 않을 것이 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 일 이후로 경매로 땅을 구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물론 경매로 땅을 구입하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부담스러웠을 뿐이다.

▲ 한 때 매입을 고려했던 곤명 은사의 논. 높은 지역임에도 물이 많이 났다.

그 후론 부동산중개인의 도움을 받아 땅을 구하러 다녔다. 나의 토지 구매조건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꼭 사천에서 땅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고향이자 자란 곳, 사천.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도 우리지역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깔려 있었다. 물론 생산한 유정란의 판로 찾기가 조금이나마 더  쉬울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았다.

이런 저런 사정을 이해시키며 부동산중개인과 함께 내 주머니 사정에 맞는 땅을 구하러 다녔다. 경매와 부동산업체를 통해 6개월 동안 약 360여 건의 땅을 본 것 같다. 눈으로 보고, 귀동냥으로 듣고 하는 사이 나도 이제 매물을 보면 눈짐작으로 평수와 가격을 대충 알아 맞출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 
 

▲ 꼭 구입하고 싶었지만 땅 주인 아들의 반대로 구입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던 땅이다. 구릉 중간쯤의 2필지.

시간이 꽤 지나자 한 중개인으로부터 "그만큼 찾아서 못 구하면 손님이 찾는 땅은 없는 겁니다"라는 충고도 들었고, "문디, 니는 땅 찾다가 종 치겄다"라는 지인들의 걱정어린 잔소리도 들었다.

그래도 나는 "한 번 지나간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땅은 주인이 있어 꼭 그 사람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그 땅에 대해 너무 애달파 하거나,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어느 중개인의 말에 힘과 용기를 내었다.

한 여름 7월부터 시작한 땅 구하기는 어느 듯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설을 코앞에 둔 한 겨울 1월까지 계속되었다. 나는 설을 기점으로 땅 구하기를 마무리하고 새해에 농사일을 시작하려고 결심했지만 땅을 구하지 못했다. 정말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천 어디엔가 내가 찾는 땅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땅을 더 찾아 다녔다.

'내가 찾는 땅은 어디에 있는 걸까?'


*이 글은 다음카페 '생명의 땅' http://cafe.daum.net/todauddmlEkd 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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