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우리가 생명을 얻고 또 유지하기 위한 신성한 의식인 셈이다.
바야흐로 모내기의 철이다. 이른 곳은 이미 끝내기도 했지만 경남과 사천의 농촌은 지금이 한창 분주할 때다. 보리나 밀을 재배하는 농가에선 수확이 아직 멀었으니 6월 중순 이후로 넘길 수도 있겠다.

흔히 모내기라 하면 못자리에서 키운 모를 옮겨 심는 정도로만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 준비과정이 더 힘들다. 거름 또는 비료를 흩고, 논을 갈아엎은 뒤 써레질을 하고, 논둑을 통해 물이 새지 않도록 흙을 걷어 올려 매끈하게 발라야 한다.

물론 그에 앞서 볍씨를 틔워 모판에 옮기고, 다시 못자리에서 모를 키워 놓았어야 할 터다. 그리고 모내기가 잘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알맞은 시기에 논물을 넉넉히 댈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부지런한 농부는 여기에다 웃자란 논두렁 풀도 깨끗이 정리한다. 이렇게 해야 모내기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는 것이다.

5월 24일, 사천시 용현면 신복리의 한 들판에서 허리가 90도 가까이 굽은 한 노인이 논둑 풀을 베고 논에 물을 대는 등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쌀, 그 쌀을 얻기 위한 신성한 의식에 한창이었다.

초로의 농부가 논두렁의 풀을 베어 나르고 있다.

논흙을 끌어다 논두렁을 매끈하게 발랐다. 이래야 귀한 논물이 새어 나가지 않는다.

농부가 논에 물을 대는 모습.

벼농사의 처음이자 끝은 '물'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오죽하면 '논에 물 드는 소리'와 '아기 젖 빠는 소리'를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함게 꼽았을까!

모내기 하기에 딱 알맞을 만큼 모가 잘 자랐다.

평생 농사로 허리가 굽었을 농부의 발걸음이 모내기를 앞두고 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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