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 바티칸 시국

▲ 대성당에서 바라본 산 피에트로 광장과 로마 시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에 관한 유명한 말들이다. 로마는 과연 어떤 도시일까? 책에서나 T.V에서는 많이 접했던 도시지만 실제로 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테르미니란 이탈리아어로 종착역이란 의미, 무솔리니 시절에 건설됨

 이탈리아의 첫 방문지 베네치아에서 로마까지는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로마의 중앙역 격인 테르미니 역에 도착하니 밤이 늦었다. 그런데 테르미니역 구석구석이 꽤 소란스럽다. 분위기가 심상찮다. 눈치를 보아하니 밤늦은 시간이라 부랑자들로 가득한 듯하다. 말도 안통하고, 싸움도 못하는 우리 입장에선 테르미니 역을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다. 저녁 식사는 근처 슈퍼에 들러 간단하게 사온 여러 먹거리로 대신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소주와 맥주에 김, 멸치, 쏘시지 같은 안주를 곁들여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 바티칸 시국 가는 길

 아침 일찍 일어나 유로 자전거나라 가이드를 만났다. 바티칸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도시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유적을 간직한 로마에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이드 투어를 받으며 여행하는 것이 좋다. 투어 시간은 하루 종일이고 교통비와 식비 등은 본인 부담이다.

▲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바라본 로마 시내

 바티칸은 지금의 이탈리아 지역에 최초로 이주해온 에트루스크인들이 현재의 바티칸 시국 지역을 예언자란 의미의 바티(Vati)에서 따온 바티쿠스 언덕이라고 부르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티칸 시국은 면적 0.44㎢, 인구 약 1000여명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다. 카톨릭의 총 본산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비롯해 바티칸 박물관 등 이탈리아 미술의 핵심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가는 바티칸 박물관 입구

 바티칸 시국은 일찍 줄을 서야 지루하게 기다리지 않고 빨리 입장할 수 있다.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가려면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민소매 옷, 무릎이 나오는 반바지나 치마, 슬리퍼 차림으로는 바티칸시국으로 들어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휴대용 칼, 뾰족한 물건, 흉기가 될 수 있는 삼각대 등도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영국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바티칸 박물관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가서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은 바티칸 박물관이다. 바티칸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으로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라오콘 군상 등이 있다. 그 외에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카라바지오, 카를로 크리벨리, 오랏지오 젠트리스키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워낙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는 박물관이라 제대로 둘러보려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바티칸 박물관 천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 둘러보다 목 디스크 걸릴 뻔했다. 일주일 걸려도 모자랄 판에 단 몇 시간 만에 그 많은 그림들을 다 둘러보려 했으니...

▲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대작 <최후의 심판>

 그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은 단연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다. 최후의 심판은 한 팔을 들고 있는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과 지옥의 세계 그리고 그 속의 온갖 인간 군상들이 묘사되어 있다. 391명의 인물을 그리는데 무려 4년 6개월의 기간이 걸렸단다. 그럼 미켈란젤로는 천장에 그림만 그리며 4년 6개월을 보냈단 말인데... 허걱!

▲ 교과서에 많이 등장하는 <라오콘 군상>

 '라오콘 군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사제였던 라오콘이 두 아들과 함께 큰 뱀 두 마리에게 몸이 감겨 죽어가는 모습을 묘사한 헬레니즘 시대의 대리석 조각상이다. 높이 2.4m의 이 조각상은 지금까지 1506년 한 농부의 제보로 미켈란젤로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은 미켈란젤로가 몰래 만든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 산 피에트로 대성당

 산 피에트로(성 베드로) 대성당은 기독교를 공인했던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예수의 수제자 성 베드로의 무덤위에 처음 세우기 시작했다. 지금의 성당 모습은 1546년 교황 바오로 3세의 명령으로 거장 미켈란젤로가 건축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델라 포르타와 카를로 마데느로에 의해 거대한 돔과 화려한 정면이 완성되었다.

▲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화려한 내부

 성당 내부는 거대한 공간과 화려한 예술 작품들의 조화가 주는 웅장함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6만 여명이 동시에 미사에 참여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 미켈란젤로가 로마에 머물던 25세때 제작한 '피에타'

 성당 내부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유리벽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 혹은 ‘비탄’이란 뜻을 담고 있다. 성모 마리아가 임종한 아들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나 조각상을 피에타라고 한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로마에 머물던 25세 때 제작되었다고 한다.

▲ 산 피에트로 광장과 오벨리스크
▲ 284개의 원기둥(열주) 일부
▲ 산 피에트로 대성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선 사람들. 뒤로 보이는 284개의 원기둥과 140개의 성인상

 산 피에트로 광장은 한가운데 높이 25.5m, 무게 350t의 거대한 오벨리스크를 갖고 있는데 본래 이집트에서 가져왔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회랑에는 284개의 원기둥이 있고, 상부에는 140개의 성인상이 세워져 있다. 원기둥(열주)은 4열로 만들어져 있는데, 분수와 오벨리스크 중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각각 앞 열의 원기둥만 보이는 기하학적 구조로 되어있다.

▲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내려다본 산 피에트로 광장과 로마 시내

 산 피에트로 광장은 무려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광장으로 바티칸 시국의 원수인 교황, 방송국 특파원 그리고 수많은 카톨릭 신자들과 함께 T.V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반원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그리스도가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 팔을 벌려 구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바티칸 시국을 둘러보며 제일 힘들었던 점은 천장에 그려진 벽화를 보는 일이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숨죽인채 바라본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정말 압권이었다. 미켈란젤로 형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범인은 바라보기 조차 힘든 그림을 4년이 넘게 그리셨으니... 언제 만나면 그토록 고생한 형님에게 소주 대접이라도 해야되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말 고생 많았수" "미켈란젤로 형님! 소주한잔 하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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