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지경부 “뜻에는 동의하나 분위기 무르익어야 가능”
강기갑·경남도 “항공산업 경남이 이끌어.. 이젠 정부가 나설 때”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에 중요 결정권을 가진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가 이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밝혀 사천과 진주 중심의 항공국가산단 지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강기갑 국회의원은 19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227호에서 ‘경남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국토해양부 산업입지정책과 박준영 과장, 지식경제부 기계항공시스템과 정홍곤 사무관 등 정부관계자와 경상남도 전략산업과 하치헌 항공산업담당이 참석했다.

강기갑 의원실에서는 이날 간담회가 지난 3월 10일 경상남도가 지식경제부에 ‘경남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지정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국토부와 지경부의 향후 진행계획을 파악하고 국가산업단지 지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간담회 과정에서 실제로 항공국가산단 지정에 걸림돌이 많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 19일 강기갑 국회의원이 주관한 '경남 항공산업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위한 과제' 주제 간담회 모습. 이날 정부 관계자들은 항공국가산단 지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사진제공 : 강기갑 의원실>
이날 국토해양부 박준영 과장은 “국가산단 지정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다른 일반산단과 비교해 입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계획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부족하다”며 국가산단지정에 앞서 지경부와 경상남도 차원의 지원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은 그 이유로, 지난 2008년에 포항과 대구 등 전국의 5곳에 국가산단을 추가 지정했으나 지금까지 착공조차 안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그 밖의 여러 일반산단도 개발은 했으나 미분양 상태에 있는 등 기업들의 입주수요가 확인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서는 산업단지에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지경부와 경상남도 차원의 지원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 정홍곤 사무관은 “지경부는 지난해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을 통해 중형 완제기 개발을 중심으로 연구센터, 국가산단 등에 1조원을 투입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며 항공산업 육성을 위한 지경부의 노력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산단을 현 시기에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해, 경남항공국가산단 지정과 관련해 지경부 차원의 정책결정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은연중 드러냈다.

즉 지경부가 중형항공기 완제기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으나 이는 탐색개발 단계일 뿐 본격개발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말은 “탐색개발을 해보고 수지타산이 맞다고 판단되면 그 때 본격 양산체제로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항공국가산단의 필요성도 그 때 가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 이날 간담회에서 강 의원과 경남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남도가 항공산업을 이끌어 온 만큼 이제는 정부가 나서달라"며 경남항공국가산단 지정을 다시 한 번 건의했다. <사진제공 : 강기갑 의원실>
이에 강기갑 의원과 경남도 하치헌 항공산업담당이 발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항공산업이 대한민국의 여건상 오롯이 민간영역에서만 추진하기가 힘듦을 강조하며 “조건이 갖춰져야 국가산단을 조성할 게 아니라 국가산단이 항공산업육성의 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항공산업육성 정책을 세웠다면 항공국가산단 지정은 이미 필수조건 중 하나란 얘기다.

강 의원은 또, 항공산업이 고부가가치의 선진국형 지식기반산업임을 들고, “경남도가 열악한 조건에서도 국내 항공산업 생산액의 86.4%를 차지할 정도로 항공산업을 육성해왔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라며 국가산업단지 지정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를 대표해 참석한 하치헌 항공산업담당도 “개발주기가 길고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한 항공산업의 특성상 정부가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적극적 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날 국토부와 지경부 참석자들이 항공국가산단 지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임으로써 경남항공국가산단 지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이 예상된다. 그러나 참석자 모두 “단일 산업으로 국가산단을 조성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항공산업 밖에 없으며, 그 위치로 가장 유력한 곳은 경남”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점은 그나마 위로거리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