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럭조개 캐기에 ‘즐거운 비명’

▲ 지나간 일요일(3월20일), 1년 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영등사리를 맞아 시민들이 바닷가로 몰려들었다. 바다가 주는 선물을 받기 위함이다. 사진은 사천시 노룡동 미룡마을 앞 갯벌에서 일가족이 우럭조개를 캐는 모습.(시민기자 하얀오이님 가족)
일요일이었던 3월20일. 사천시 노룡동 미룡마을 앞 바닷가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수 백 명이 몰려들었다. 발엔 장화를 신었고, 손엔 삽, 괭이, 호미, 쇠스랑 같은 장비를 들었다.

이들은 열심히 갯벌을 뒤집었고, 곳곳에서 ‘우와~’ ‘이야~’ 하는 탄성이 울렸다. 그럴 때마다 망태와 바구니 같은 곳에는 주먹만 한 우럭조개가 채워졌다.

멀리 방파제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노인은, 평소 같으면 마을 어촌계에서 크게 야단칠 일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놔둔다고 했다.

오늘 같은 날? 그렇다. 이날은 1년 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날이다.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은 달의 인력에 따라 변하는데, 음력 2월에 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고 한다. 특히 음력 2월16일이었던 이날은 ‘여덟물’로서, 바닷물이 가장 많이 나는 ‘영등사리’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바다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의 영역을 인간에게 내 주었던 것이고, 사람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조개잡이에 나섰던 것이다. 그리고 어촌마을 사람들은 이를 너그러이 보고 넘겼다.

덕분에 휴일 오후, 사천만 바닷가에는 어디든 사람들이 넘쳤다. 그리고 바다가 말한다.

‘사람들아! 무턱대고 갯벌을 헤집지만 말고, 한 턱 쏜 것에 감사할 줄 알거라~’

▲ 영등사리에 비가 내리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비 내린 뒤라 바다와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연신 '어휴 힘들어!'를 내뱉으면서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 마디로 '물 만났다'.

▲ 이 가족은 조개캐기보다 갯벌 관찰에 몰입하고 있다.

▲ 우럭조개를 캐는 장비는 다양했다. 흙덩어리에 조개 여러 마리가 총총히 박혔다.

▲ 인간이 스쳐간 자리는 삭막했다.

▲ 갯벌 한 가운데로 내려온 유머차. 노인들에겐 길 안내자이자 수레다.

▲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조개 캐는 인파.

▲ 미룡마을의 한 노인이 영등사리에 모여든 '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마을에서도 이날 만큼은 '객'들을 쫓아낼 생각이 없단다.

▲ 미룡마을 옆 대포마을 앞 바다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바지락밭'이요 '굴밭'인 셈이다.

▲ 평소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것 같았던 대포마을 해상펜션이 바닷가까지 떠밀려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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