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재해보험 정책간담회에서 농협 “검토 중.. 내년쯤 기대”

지난해 평년보다 일찍 내린 서리로 동해를 입었던 단감. 농작물재해보험 가을동상해 특약에 가입한다 해도 올해 역시 보상을 제대로 받긴 힘들겠다. 이는 24일 강기갑 국회의원이 마련한 단감재해보험 정책간담회에서 확인됐다.
“농작물재해보험 중 가을동상해는 과실에 적용되는 것이지 잎이나 나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말, 때 아닌 서리로 단감이 동상해를 입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농작물재해보험을 담당하는 농협과 이를 관리감독 하는 농수산식품부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간단히 말해 “나무의 잎이 말라 죽은 것이지 단감 열매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이런 이유로 서리피해를 입은 사천의 단감재배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을동상해’ 특약에 가입했음에도 적절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일부 피해보상이 이뤄졌으나 극히 일부에 그쳐 농민들의 원성을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농협의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단감의 특수성은 이해된다. 하지만 내년쯤 대책을 세워보겠다.’ 따라서 단감재배 농민들은, 올 가을 다시 서리로 인한 동상해 피해를 입는다면 마땅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단감재해보험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농협중앙회 최흥섭 부장(왼쪽)과 농림수산식품부 윤승우 사무관.
2월24일, 강기갑 국회의원 주선으로 ‘단감재해보험 정책간담회’가 사천시 사천농협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해 발생한 단감 동상해와 그로 인해 불거진 재해보험의 실효성 논란을 풀어보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관계자 등 관계 공무원과 강기학 사천단감연구회장, 송송길 용현단감작목반장, 정창건 곤양단감작목반장 등 단감재배농민들이 다수 참석했다.

 

강기갑 국회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간담회 자료를 살피고 있다.
간담회에서 농헙중앙회 최흥섭 농업정책보험부장은 지난해 동상해 피해 발생과 관련해 “과실 피해가 직접 없어도 수확 전에 잎이 고사해 미숙과가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도 과실분류 기준에 따라 손해평가를 실시해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단감재배농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쏟아냈다. 사천단감연구회 강기학 회장은 “지난해 사천읍 단감재배농민들이 가입한 보험금이 2억5000만원인데 비해 혜택 받은 보험금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동해 피해가 그렇게 발생했는데 그 돈 다 어디갔나”라며 따졌다.

또 용현단감작목반의 송송길 반장은 “단감 열매 1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잎이 스무 장쯤 필요하다. 그런데 잎이 얼어 죽었으니 열매가 좋을 수 있느냐”며 관련 보상을 받은 대상이 극히 일부였음을 강조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의 홍광표 단감연구소장도 감잎의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동해로 단감 잎에 문제가 생기면 광합성이 중단돼 과육성장과 당도에 큰 영향을 준다. 또 추위에 견디는 힘도 약해져 겨울철 동해를 입을 수 있는 등 다음해 농사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홍광표 단감연구소장이 제출한 정책간담회 자료. 서리피해가 발생한 지난해 10월26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당도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단감의 품질이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감연구회 성재희 부회장(경남 진주)은 “단감은 꽃받침으로 숨을 쉬는데, 꽃받침이 얼어 말라버리면 저장기간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동해에 따른 피해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렸다.

이밖에 농민들은 “단감의 경우 배나 사과 등 일반적인 과실과 달리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가 거의 없는 대신 동해피해가 위험하다”며 “일반 과수와 분리해 보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감재배농민과 전문가들의 설명이 이어지자 최흥섭 부장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 돌아가는 대로 단감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책을 세워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감잎 피해를 보험에 제대로 반영시키기 위해선 보험료 산정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말해 보험료 인상이 수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단감재배농민들이 다수 참석해 의견을 적극 펼쳤다.
또 주관 부처인 농수산식품부와 민간보험회사인 재보험사들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말하는 재보험이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으로,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농수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윤승우 사무관은 “현재로선 잎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 다만 단감의 특수성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만큼 관련 대책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해 재해보험약관 변경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보던 강기갑 의원은 “지난해 열었어야 할 간담회가 구제역 사태로 늦어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당장 만족스런 결과가 없더라도 농작물재해보험에는 가능한 가입해 달라”며 농민들에게 당부했다.

농협은 단감을 비롯한 떫은감, 사과, 배, 감귤 관련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신청을 오는 3월18일까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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