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은 지난 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병한 뒤 한 달 만에 경기, 인천, 강원의 27개 기초단체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 2100여 농가에서 47만 마리의 소와 돼지 등이 매몰 처리됐다. 결국 예방 백신까지 투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구제역 확산 추세가 언제쯤 그칠지는 미지수다.
사천시에서도 구제역 대응태세가 ‘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상태에서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겨울 추위 탓에 소독액이 얼어붙는 등 효과적 방역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기관과 축산농민들의 노고를 생각해서라도 우리지역에서는 구제역이 발병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행히 아직은 고병원성AI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단 가금류에 발병하면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 특히 지금은 겨울철새들이 한반도를 지나거나 월동하고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제(27일) 사천시 용현면 들판에서 야생조류 5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마을주민과 환경단체의 제보에 따라 기자도 현장에 나가봤다. 야생조류 사체가 있다는 현장인 주문양수장에는 사천시 환경보호과 직원도 2명 나와 있었다.
특별한 장비도 갖추지 않았던 이들 공무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체를 직접 수거하기로 결정했다. 현장 여건상 사체수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과감한 결단력과 용감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현장에 출동했던 공무원들은 환경보호과 직원들로, 평소 야생동물에 관한 업무를 보던 분들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어찌 보면 무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뭔가 께름칙함을 지울 수 없다. 다름 아니라 ‘야생조류 사체를 발견했을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한다’는 지침 같은 게 있을 법 한데, 현장 분위기는 전혀 그런 인상을 풍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과정에서 확인하기로는, 검역원에서는 ‘야생조류 폐사체 처리 지침’이란 걸 만들어 운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야생동물 폐사체 신고 요령’이란 홍보자료로 만들어져 일선 지자체에 전달된 모양이다.
이에 따르면, 야생에서 조류 사체를 발견하면 일반 시민들은 환경신문고 전화번호인 128번으로 전화하면 된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축산방역담당부서 또는 가축방역기관에서 현장에 출동해 정해진 요령에 따라 시료를 채집해 검역원으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천시 환경보호과 환경관리담당의 말이다. 평소에는 야생조류 사체가 발견되면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물음에 “그냥 폐기물로 처리해왔다”며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물론 야생조류는 고병원성AI를 몸에 지녔다 해도 잘 죽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야생조류의 사인이 고병원성AI가 아닌, 독극물이나 다른 원인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한 번 발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고병원성AI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같은 장소에 여러 마리가 시간을 달리해 죽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AI가 가장 발병하기 쉬운 계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계기관과 그 종사자부터 고병원성AI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 요령 또한 잘 익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