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영국식 정원과 정원의 역사 이야기

 

▲ 프랑스식 정원의 대명사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역사는 인간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은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 예술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인 나라와 민족으로는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페르시아, 아랍인, 토스카나인 등이 있다.

▲ 프랑스 파리의 뤽상부르 궁전 정원-전형적인 프랑스 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자크 브누아 메샹은 자신이 쓴 <정원의 역사>란 책에서 정원을 “자연 자체의 요소를 사용하여 행복의 개념을 나타내 보이고자하는 희망”이라 말하며 정원 만드는 행위를 인간 삶의 근원적 욕망과 연결시키고 있다. ‘평안을 위한 도피의 장’, ‘자유와 환상’, ‘욕망과 감각’이 교차하는 꿈과 희망의 장이 곧 정원이라는 것이다.

▲ 베르사유 궁전-자연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프랑스식 정원
 메샹은 중국 정원은 “외적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상대적인 자유로 이끄는 도피의 장”이며, 일본 정원은 ‘정신 내면의 깊숙한 곳을 잠재우지만 절제된 특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한편 페르시아 정원은 ‘향수와 욕망의 정원’, 최초의 프랑스 정원은 단순히 식량을 얻는 수단으로서의 정원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저자가 높이 평가하는 정원은 공간의 축이 강조되고, 통일된 질서가 있는 정원이다. 자연은 엄격히 통제되어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통해 가지런한 모양을 취해야 한다. 건축적 질서가 정원에 반영되고, 연못과 같은 공간 구성 요소는 원이나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형태를 지녀야 한다.

▲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진짜 영국정원)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도심 가까이 위치한 정원을 되도록 많이 찾아가 보았다. 정원에서 휴식도 취하고, 정원 모습도 이리저리 둘러보며 사진 찍는 시간은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유럽에서 둘러본 대표적인 정원은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 제임스 파크,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정원, 파리의 뤽상부르 궁전 정원, 독일 뮌헨의 영국식 정원 등이다.

▲ 너른 광장이 있는 뮌헨의 영국식 정원
 자연을 억지로 통제하고 제어하는 프랑스식 정원과 좀 더 자유롭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영국식 정원 간의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보기가 되는 곳이 바로 뮌헨의 ‘영국식 정원’이다. 영국식 정원은 되도록 직선을 멀리하고 곡선을 활용하며 정원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트이게 하여 멀리 구릉까지 바라보이게 확장하는 방식의 정원이다. 이러한 정원 양식을 자연적 풍경과 정원이 만났다는 의미에서 ‘자연풍경식 정원’이라 칭하기도 한다.

▲ 공자를 모신 정원-공자 동상이 보인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부지런함이 필수 요소다. 꽃과 나무에 대해서도 나름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는 그대로 두어야 할 것과 손대야 할 것에 대한 경계의 모호함도 극복해야한다. 
 
▲ 자전거 타고 정원을 달리는 사람들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가는 사람 표정엔 온화함과 행복감이 묻어나온다. 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무 울창한 숲 속, 예쁜 꽃들이 가득 피어난 화단,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사이를 거니는 즐거움은 정원이 가져다주는 크나 큰 선물이다.

▲ 숲 길을 산책하는 뮌헨 시민들
 숲 길을 산책하는 뮌헨 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숲 길을 걷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도심에 울창한 숲이 있는 공원이 있다는 건 도시 전체의 행복과 직결된다.

▲ 공원 사이를 흐르는 하천
 비가 내리고 난 하천이라 그런지 물 색깔이 흙색을 닮았다. 하천 옆으로 선텐하는 사람들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뮌헨의 영국식 정원에선 훌렁훌렁 옷을 다 벗고 선텐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모습이다. 동양 사람들 가치관으론 상상조차 어려운 광경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 부러울 따름이다.

▲ 나체로 선텐하는 할아버지들
 나체로 햇빛 바라기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들 모습이 이채롭다. 거대한 체구를 햇빛에 말리며 걸어다니기도 하고, 싸온 음식을 먹기도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공원이 가져다 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 허걱~~~적나라한 선텐 장면
 영국식 정원에서 본 가장 적나라한 선텐 장면이다.  한 여름을 제외하곤 습윤한 기후가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는 서안해양성 기후에서 살아가려면 뼛속까지 태우는 선텐이 필수라고 한다. 지형과 기후가 문화를 만들어 낸다는 사회 교과서 내용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 나체로 선텐하는 할아버지들

  <정원의 역사>를 쓴 메샹은 "여가가 없었다면 시도 그림도 음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만족과 행복의 정도 즉,  삶의 질은 여가 생활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도시 안에, 우리 곁에 정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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