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방마을 정태선 할머니가 9월14일 정성스레 담았던 전통주가 18일 잘 익었습니다. 술 맛은 과연 어떨까요?
지난 15일, 사천시 곤명면 성방마을의 정태선 할머니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집에서 전통주 담는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애주가들이라면 ‘술 맛이 어떨까’ 무척 궁금했겠지요. 저 또한 궁금해서 18일, 술이 익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성방마을 정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정 할머니는 술독에 용수를 지르고는 청주를 조금 떠서 맛을 보라고 권했습니다. 술은 솔향과 유자향을 살짝 품고 있었지만 그리 강하진 않았습니다. 맛을 보니, 약간의 시큼함과 달콤함, 그리고 짭조름한 맛까지 느껴졌습니다.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할머니, 여기 소금도 들어갔습니까?”

그랬더니 할머니는 “웬 소금?”하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요. 그래서 얼른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짠맛이 아니라 술이 독해서 제가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정태선 할머니가 술을 뜨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용수를 지르고 있습니다. 용수는 술이나 장을 뜰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옆에 있던 정 할머니의 남편 허상옥 할아버지는 “술이 잘 익었다”며 술맛이 괜찮은 편이라 말했습니다. 술맛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정도는 아니지만 제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았지요.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술 맛이 궁금한 사람은 추석을 쇠고 이 마을을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지난 번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성방마을은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전통주체험마을입니다. 술을 팔지는 않지만 맛은 얼마든지 보여줄 것 같습니다.

왜냐면 같은 시각, 성방마을 회관에서는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술 담그기가 한창이었는데, 이 술이 익으면 체험객들에게 맛보게 한답니다.

이쯤 되면 분명 입맛을 다시는 분들이 꽤 될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명절은 쇠고 난 다음에 가 보는 게 좋겠죠?

성방마을회관에 모인 아낙네들이 지에밥과 누룩을 섞고 있습니다. 체험행사와 마을잔치에 쓸 술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한 할머니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옛말에 술은 한 잔 줘도 술밥은 안 준다 캤다!" 그만큼 귀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마을회관에서 함께 술 담기 행사를 한 주민들입니다. 표정들이 밝아 보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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