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실 된 듯한 농업기관장 간담회장.. 강기갑 정만규 참석

14일 농협중앙회사천시지부(지부장 김육곤)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천시 농업관련단체 정기간담회’에서는 쌀값 하락에 따른 자치단체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업 관련 단체들이 강기갑 국회의원, 정만규 사천시장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건의사항을 한껏 쏟아냈다. 특히 쌀값 하락에 따른 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이어졌다.

14일 농협중앙회사천시지부(지부장 김육곤)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천시 농업관련단체 정기간담회’는 정만규 시장이 취임 이후 처음 참석했고, 축사를 위해 들렀던 강기갑 국회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예상시간보다 1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그만큼 참석자들이 쏟아낸 이야기가 많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맨 먼저 화제에 오른 것은 쌀값 문제다. 이는 주로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쌀값 하락으로 인해 올해 연말에 예상되는 농협연합 RPC(미곡처리장)의 적자규모가 6억42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적자 3억5700만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농협 측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적자부분의 일정금액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지역내 기업체의 구내식당이나 학교급식에 지역 쌀이 사용될 수 있게 사천시가 협조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기갑 국회의원과 정만규 시장이 참석해 농업관련 단체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에 관해 정 시장은 “쌀값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고충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천시 차원의 지원에 관해서는 선뜻 약속하지 못했다. 다만 경남도가 추진 중인 학교무상급식에 발맞추고, 나아가 친환경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쓰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민노당 대북쌀지원 특사이기도 한 강 의원은 “쌀값 대란의 유일한 해결책은 대북쌀 지원이며 이는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한 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의 당위성을 잘 홍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협 측은 또 다른 지자체의 예를 들면서 ‘농업발전기금 조성’을 사천시에 건의하기도 했다. 도내 지자체 중 통합창원시(123억원), 진주시(200억원), 밀양시(100억원)가 이 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전국의 지자체들도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까지 농업발전기금을 만들어 저리로 융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사천시지부 김육곤 지부장이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진주시의 경우 지난해 전국 최초로 ‘벼 수매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다른 지자체 농민과 농업관계자들로부터 부러움을 산 바 있다.

이밖에도 각 농협조합장들은 “수출촉진장려금을 넉넉하게 확보해 제 때 지급해 달라”(김재동 사천농협장), “읍면지역마다 고수익 특성작물을 종류별로 재배할 수 있게 기술보급에 주력해 달라”(최준의 정동농협장), “시설재배 선진화를 위한 예산 지원을 해 달라”(신재균 용현농협장) 등등의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농업과 관련된 각종 민원성 요구사항이 이어지자 정만규 시장은 “내가 마치 청문회 자리에 온 것 같다”며 진땀을 흘렸다. 그는 “예산이 넉넉하다면 다 들어주고 싶지만 현실여건이 만만치 않다”고 한 뒤, 함께 배석한 김식일 농업기술센터 소장에게 관련 내용을 검토해 줄 것을 지시했다.

이밖에 정종기 사천축협조합장은 “2012년부터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는 데 비해 사천시의 준비가 부실하다”며 관련 대책 세우기에 사천시가 나서 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특히 “축산분뇨 처리를 위한 액비공장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조합장은 또 사천시가 예산 부족을 탓하며 농업 관련 예산지원에 소극적이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짧은 도로 건설에 10억원은 쉽게 쓰면서도 농업 예산 1~2억 지원 받기는 늘 어려웠다”며 “이제는 개발보다 건강과 환경 등으로 재정집행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남자영고 이효정 교장은 “주민을 위한 평생교육이 호응이 좋다”며 시의 예산지원을 요청했고, 이상규 산림조합장도 산림조합의 경영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천시의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다.

반면 한국농어촌공사사천지사에서 강호성 지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강태우 팀장은 경영회생자금, 농지은행 등의 업무를 소개하며, “좋은 제도를 지역 농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며 참석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농업관련 단체와 기관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간담회 내내 오가는 이야기를 주로 듣고만 있던 강 의원은 회의 끝머리에서 예산지원요청에 시달린 정 시장을 거들었다.

그는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으로 정 시장은 지금 빈손으로 시정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내년도 예산안도 9월말이면 확정되는 만큼 건의사항이 있을 경우 멀리 내다보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신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아가 “정부의 감세정책과 무리한 4대강사업 등으로 국고가 바닥난 상태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지방으로 내려올 돈이 없을 정도”라고 한 뒤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도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날 각 지역 농협장 등으로부터 많은 건의사항을 접수한 정 시장은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은 실무자들에게 검토를 맡기겠다”면서도 올해 추경예산이 오히려 삭감되었음을 강조하며 “단체장으로서의 어려움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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