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들의 목숨 건 ‘4대강사업 농성 현장’을 돌아보고

4대강 사업 강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23일 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인 박창균 신부가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삭발식을 갖고 있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참으로 단순명료하고도 멋진 비유가 있다.

그런데 너무 흔한 비유여서일까? 요즘 대한민국은 마치 이 말에 불감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인다. 바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바라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그리고 지나치게 편리함만 쫓는 우리네 삶의 방식 탓에 개울과 시내와 강이 많이 변했다. 물길이 바뀌었고, 지표를 따라 흐르는 물의 양도 줄었다. 나아가 더 심각한 변화가 있으니, 나빠진 수질이다.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니 어쩌니 하는 것의 잣대에 이 수질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내가 사는 곳 주위에 아무리 큰 강이 흘러도 그 강물이 썩어 있다면, 나는 물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국 ‘맑은 물을 얼마나 확보 하느냐’는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이날 4대강사업 강행에 항의해 삭발한 이는 박 신부(가운데)를 포함해 3명이었다. 박 신부 오른쪽은 김석봉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왼쪽은 진주환경운동연합 최세현 공동의장.
이렇게 중요한 일에 정부가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내 놓은 게 ‘4대강 살리기 사업’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영 말이 많다. 간단히 말해, 지금 정부가 하는 대로 사업을 계속하면 강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주로 시민사회 진영에서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에선 야당들이 동조하고 있음이다.

물론 다수 국민들도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일에 얼마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돈을 들여,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퍼뜨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눈치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부는 우수기 운운하며 속전속결로 이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비와 공사비 등 어마어마한 사업비를 쏟아 부으며 이른 바 ‘고물이 튀는’ 사람들만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 멀리 보이는 타워크레인에 진주환경운동연합 이환문 사무국장과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이 농성 중이다.
정부의 이런 위험하고도 거침없는 질주에 성명 발표, 각종 연구보고, 평화적 집회 등으로 맞서던 환경운동단체가 최근 행동에 나섰다. 지난 22일부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한강의 이포보와 낙동강의 함안보 공사현장에 들어가 위험한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어떤 이는 ‘무모하고도 쓸 데 없는 짓’으로, 다른 이는 ‘심정은 이해해도 공감할 수 없는 행동’으로, 또 다른 이는 ‘누군가는 나서야 할 속 시원한 의거’로, 저마다의 가치관에 따라 이들의 행동에 값을 매기는 분위기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들을 비난하거나 비판하거나 격려할 수 있다. 그리고 고공농성이란 극단적 저항을 택한 사람들 또한 이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무관심이요 침묵이다.

‘저들은 왜 으스름 새벽에 위험한 크레인에 올라야 했을까?’ ‘그 만큼 4대강 사업이 잘못된 것일까?’ ‘정부가 강을 살리겠다고 하는데 좀 기다려주면 안 되나?’ ‘4대강 사업, 뭐가 그렇게 잘못이란 거지?’

어떤 생각이라도 좋겠다. 이번 기회에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국민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는 4대강사업을 홍보하는 전망대와 공원이 꾸며져 있다.
사실, 어마어마한 돈을 써 가며 4대강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정부 목소리에 비해, 이 사업을 반대한다는 대한민국 국민 70%의 목소리는 묻혀 있다. 농성을 멈추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고 여차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고공농성 환경운동가들은 어쩌면 이런 침묵을 자극한 셈이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논란은, 살림인가 아니면 죽임인가 하는 것이다. 강을 살리는 일이 맞다면 계속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 멈춰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자유롭고 활발한 논쟁이 일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데 살림이냐 죽임이냐 하는 이런 중요한 문제를 그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논쟁쯤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있다. 이는 4대강 사업의 본질이 드러날까 걱정하는 쪽에서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명히 경계되어야 한다.

얼굴이 붓고 소변이 탁하다 하여 곧장 신장이식에 혈액 투석을 처방하고, 아토피 피부염이 심하다 하여 껍질을 벗겨버리는, 그런 의술은 없는 줄 안다. 농성자들은 지금 정부가 처방하고 치료하는 게 합당한지, 우수기만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꼼꼼히 따져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살림'인가 '죽임'인가?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 물음에 먼저 정확히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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