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소년 독후감 공모 '우수상' 받은 사천여중 이사름

"전쟁이 뭐 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걸까?"

이사름 양(사천여중2)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비키니 섬'을 읽고 어른들을 향해, 세상을 향해 던진 물음이다. 그리고 이 글로써 최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마련한 '전국 어린이 청소년 독후감 공모전'에서 우수상과 상금 20만원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즐겼다는 이사름 양은 이 글에서 2차대전을 비롯해 중동과 그루지야에서 일어난 전쟁,그리고 여전히 남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등을 짚으며 전쟁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또 2차대전을 끝낸 미국이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비키니'에서 20여년간 진행한 핵실험과 평택시 매향리에서 수 십 년 이어진 폭격을 언급하며 '거짓 평화'를 꼬집었다.

진정한 지구 평화를 바라는 이사름 양의 마음을 독후감을 통해 느껴보자.

비키니 섬 (사천여자중학교 2학년 이사름)

나는 지난 여름방학을 경상대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면서 바쁘게 보냈다. 우리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께서는 일본어와 친해지는 데는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일본영화를 많이 보여주셨다.

사천여자중학교 이사름 양
그 중에 내 기억에 남는 한 영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 전 히로시마 사람들의 삶과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후 남은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부모님을 여의고 서로 의지하며 사는 4남매가 나온다. 이 들은 각자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지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전쟁터에 나가있던 막내 동생을 제외하고 누나들은 그녀들의 꿈과 함께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축국인 일본이 싫기도 했다. 아시아 세계보호 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를 침략하고 군국주의아래에 국민들을 마구 희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서 원자폭탄에 희생된 사람들이 정말 불쌍했다. 어지러운 전쟁 통에 일본이 이길 것 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무서웠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방사능의 후유증과 정신적인 충격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렇게 원자폭탄이라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산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드는 무서운 것이다.

원자폭탄의 고통을 경험한 사람은 일본사람들뿐만 아니다. 태평양 중서부에 위치한 비키니 섬의 주민들 또한 원자폭탄실험의 희생양이 되었다.

비키니 환초는 섬의 중앙부가 내려앉아 산호섬들이 고리 모양으로 연결돼 바닷물호수를 둘러싼 형태를 한 아름다운 섬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도 제2차 대전을 피하지 못했다. 일본군의 전략기지여서 폭격도 많이 받은 섬이다.

소설 비키니섬
미국에 의해 해방된 후 1946년 7월 1일, 비키니 섬에서 핵실험이 이루어졌다. 그 후 20차례나 핵실험이 이루어졌는데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의 100배에 이르는 엄청난 수소폭탄이 떨어진 후 섬 3개가 사라지고 바다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 산호가 죽고 땅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생물체가 사라졌다. 한 순간에 죽음의 땅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미국이 주민들에게 핵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을 때, 핵실험이 끝난 후에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만 믿고 비키니를 떠났다. 하지만 한 사람, 쏘리는 미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에게 섬을 떠나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 말만 듣고 떠나는 사람들이 참 순박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들 섬과 그들의 미래를 모른 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발목을 붙들고 늘어져서라도 붙잡고 싶었다. 비키니 섬은 사람들은 결국 원자폭탄이 떨어져서 폐허가 되었다.

비키니 섬 사람들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던 야자나무가 불타고 아름다운 숲과 자연이 파괴되고 대신 콘크리트, 유리조각이 섬을 차지했다. 바깥세상과 오랫동안 단절된 깨끗했던 섬이 바깥사람들이 오면서 더러워졌다. 주민들이 돌아와 섬을 원래모습으로 돌리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방사능에 오염된 곳을 사람의 손으로 바꿀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비키니 섬을 떠나 마셜제도의 섬을 떠돌며 산다. 그들은 최초의 핵 유랑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비키니 섬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화성시의 매향리이다. 매향리는 54년 간 미 공군의 폭격, 사격 연습장으로 쓰였다. 매화 향기가 그윽해야할 매향리에는 매화나무가 자랄 수 없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계속되는 폭격으로 매향리 농섬의 토양은 납 오염이 다른 곳에 비해 34배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향리 인근 주민들은 우울증, 고도 불안,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자살률도 높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비키니 섬 사람들은 핵폭탄으로, 매향리 사람들은 폭격으로 고통을 겪었다. 전쟁이 뭐 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1946년7월1일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공개 핵실험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얼마 전에는 그루지야 전쟁이 일어났었다. 그리고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서는 종교와 인종문제로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남과 북이 휴전상태이므로 늘 전쟁의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평화조약을 수없이 체결하고도 비밀리에 무기를 개발한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무기들은 대량 살상무기이고 옛날의 핵폭탄이 총알로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사람들은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하면서도 전쟁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한다. 전쟁을 하지 않으면 안될까 생각해봤지만 내 생각에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핵실험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왜냐하면 인간은 욕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욕심이 없다.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배가 불러도 더 원한다. 그 욕심 때문에 인간은 무한히 발전했지만 전쟁을 해서 빼앗고 서로를 죽이게 됐다.

또 인간의 욕심은 자연까지 파괴했다. 핵실험으로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방사능오염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었다. 그 밖에도 자연이 인간의 욕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끊임없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산을 깎고,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행동들이 모두 자연을 괴롭히는 일이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온난화가 찾아와 지구의 환경은 변하고 있다. 얼마 후면 생명의 별 지구는 어떤 별보다도 황폐해 질지도 모른다.

자연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 이다. 우리인간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것 이다. 유독가스를 내뿜어 하늘을 흐리고, 화학약품이 흘러가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방금 전 샤워할 때 타월에 비누를 잔뜩 묻혀서 씻은 내 행동도 어머니를 고통스럽게 하는 행동이다. 엘니뇨와 라니냐, 지구온난화 같은 이상 현상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그런 행동을 멈추어 달라는 마지막 부탁이자 경고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머니의 부탁과 경고를 듣고,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말고,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이 푸른 별에서 행복하게 살기위해서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 발전하기 위한 욕심은 남겨두고 나머지 불필요한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글, 말로만 평화를 말하지 말고 실천해야한다. 평화조약 100장 체결보다 한 번의 실천이 더 낫다는 건 말 안 해도 아는 거지만 늘 어렵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노력해야한다. 이 땅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깨끗한 자연이 영원히 유지되는 그런 지구가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아직까지도 비키니 섬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근방의 섬을 떠돌며 그들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비키니 사람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고통을 여전히 안고 있는 사람들, 갯벌에 널린 녹슨 포탄을 아직도 치우지 못하고 있는 매향리 사람들, 또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욱 더 푸르고 깨끗해질 지구에서.

비키니섬의 세 스핑크스(1947) - 살바도르 달리핵폭탄 투여 시 폭발로 인해 생기는 연기를 나무와 머리로 표현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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