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모종 1만5천포기 5월1일 평양으로.. 통일부 뒤늦게 승인

남북관계 악화로 위기를 맞았던 통일딸기사업이 올해도 극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딸기모종 1만5천포기가 생산자재와 함께 5월1일 인천항을 떠나 북으로 향한다. 사진은 지난해 평양에서 자라 경남 사천에 심겨진 통일딸기모종. 통일딸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남북통일농업협력사업이 다시 물꼬를 텄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줄여 경통협, 회장 전강석)는 29일 이른 바 ‘통일딸기’의 모주와 생산자재를 인천항으로 보냈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는 29일 오후, 딸기모종 1만5000포기와 생산자재 25톤 분량을 경남 진주에서 인천항으로 실어 보냈다. 이에 앞서 상토용 흙 3600포대도 인천을 향해 떠났다. 이들 딸기모종과 생산자재들은 오는 5월1일 오전11시에 인천항을 떠나 남포항을 거쳐 평양으로 가게 된다.

북으로 올라간 딸기모종은 올 가을 15만포기로 불어나 다시 남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20만포기였지만 통일부에서 사업승인이 늦어져 모종 생산에 차질이 예상되는 셈이다. 평양에서 자란 모종은 경남 사천과 밀양 농민들에게 전해져 ‘통일딸기’를 맺게 된다.

일명 ‘통일딸기사업’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경통협이 경상남도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대표적인 민간 남북교류협력사업이다.

이 사업을 요약하면, 경남 땅에서 싹을 틔우고 평양 땅에서 줄기를 뻗쳐 다시 경남 땅에서 열매를 맺는 것으로, 남측은 여름철 고온으로 인한 바이러스 피해에 대한 고민을 줄이면서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앞선 농업기술을 전수받는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해 심었던 통일딸기모종이 열매를 맺자 경통협과 사천시는 실향민들을 초청해 딸기수확체험을 가진 바 있다. 통일딸기
2006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이 사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지난 3월. 경통협은 당초 3월20일쯤 인천항에서 출발할 수 있게 사전 준비를 해왔으나 출발 나흘 전인 16일, 통일부가 불허 방침을 알려왔다. 겉으로는 “인도적 지원 사업에 농업분야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이유였지만, 관계자들 사이에는 “경색된 남북관계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통일부의 이런 방침으로 경상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남북교류사업도 차질이 생겼다. 평양에 경남의 시군별 농산물 시범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경통협은 통일부에 불허 방침 철회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자, 지난 12일 경남도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4월중순이 넘어가면 올해 농사교류는 끝”이라며 통일딸기사업 재개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이에 통일부는 최근 들어 승인의사를 밝혔으며, 29일 최종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는 통일딸기사업을 ‘인도적 지원 사업’으로 분류한 반면 이번에는 ‘남북경제협력사업’으로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

경남도민과 농민들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통일딸기가 남북 신뢰의 상징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통일딸기
경통협 전강석 회장은 통일딸기사업의 재개와 관련해 “천안함 사태와 금강산관광사업 위기 등으로 남북관계가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간 교류 사업이 끊어져선 안 된다”며 “많이 늦었지만 통일부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딸기사업의 재개에는 경남도민과 언론의 힘도 컸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는 좋지 않지만 ‘남북 신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통일딸기사업에 도민들이 힘을 실어 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악화일로인 남북관계가 통일딸기사업으로 인해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거리다.

딸기모종이 북녘을 향하는 날, 전강석 회장을 포함한 경통협 일행도 중국을 거쳐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일행은 콩우유 제조공장을 짓는 일도 도울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에는 4월20일에 딸기모종 1만포기가 평양으로 간 뒤 9월23일에 10만포기가 되어 돌아온 바 있다. 이후 사천과 밀양에서 열매를 맺은 ‘통일딸기’는 농협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들을 찾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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