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중 동문들, 동창회 행사장까지 3박4일 걸어 도착 ‘눈길’

경남 사천에 있는 용남중학교 졸업생들이 동문 행사를 맞아 김해에서 용남중학교까지 걸으며 '작은학교를 살리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손용기, 박현규, 신동근 졸업생이 동창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동문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용남중
사천의 한 중학교동창회가 재학생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까워 ‘모교를 살리자’는 뜻으로 이색 행사를 가졌다.

해당 학교는 130여 명의 학생이 전부인 용현면 소재 용남중학교다. 재학생이 한 때 400명이 넘었을 때도 있었지만 도시화 바람을 타고 농촌인구가 줄면서 여느 농촌학교처럼 폐교를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되었다.

용남중학교는 학교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편으로 학구 조정을 사천교육청에 신청했다. 현재 용현 전체지역과 사남의 일부지역으로 돼 있는 용남중학교의 학구를 용현과 사남 모든 지역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였다.

이는 사남면 월성리에 들어서 있는 대규모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해당지역 학부모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년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용남중학교총동창회는 4월24일 열리는 ‘제18회 동문화합대잔치’를 맞아 행사 주관기(27회)를 중심으로 특별 이벤트를 꾸미기로 했다.

왼쪽부터 신동근, 손용기, 박현규 씨. 용남중

그렇게 시작한 것이 ‘용남중학교 살리기 도보 캠페인’이다. 이는 김해에 살고 있는 용남중 동문이 동문화합대잔치 시작 사흘 전에 김해를 출발해 걸어서 행사장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시민들을 향해서는 ‘작은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동문들을 향해서는 ‘모교 살리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뜻이 담겼다.

그리고 4월24일 낮12시, 김해시청에서 21일 밤8시에 출발한 ‘도보 캠페인’ 참가자 손용기, 박현규, 신동근 씨가 그들의 모교 운동장에 들어섰다. 이미 마중 나간 동문들이 뒤를 따르는 가운데, 운동장에 있던 많은 동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뜨겁게 맞았다.

김해에서 모교까지 130여 킬로미터를 걸어서 완주한 손용기(47) 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굳이 내 모교라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작은학교가 점점 사라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계에 계신 분들이나 동문들 모두 작은학교를 살리는 일에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남중학교와 이 학교 총동창회는 학교 살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통학버스’라고 보고, 통학버스 운행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참고로 현재 사천지역 중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비교적 적은 학교들로는 곤명중(32), 서포중(90), 곤양중(111), 용남중(133), 남양중(170) 등이 있다.

도보단이 사천에 들어서자 몇몇 동창생들이 동행했다. 용남중


21일 밤8시, 김해를 출발한 도보단은 24일 오전10시께 사천에 도착했다. 용남중

사흘에 걸쳐 130여 킬로미터를 걸은 탓에 도보자의 발은 상처투성이였다. 용남중

용남중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는 모습. 용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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