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유치/지자체지원 당장 어려워.. 수요개발 꾸준해야

아시아나항공의 김포행 노선 폐쇄 결정으로 사천공항이 위기를 맞고 있다. 활성화를 위한 뾰족한 해법, 정말 없는 것일까? 사천공항
아시아나항공이 적자노선이란 이유로 사천~김포 노선을 폐쇄할 방침을 세웠다. 이에 사천시는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를 불러 인근 지자체 관계자들과 함께 긴급 간담회를 가졌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일방적 입장 전달 수준에 그친 느낌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아시아나의 사천~김포 노선 폐쇄 결정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해마다 줄어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사천공항이 폐쇄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 오래 전부터 나왔다. 실제로 사천시는 2008년 말,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하면서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란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로부터 1년 남짓 지난 지금, 특정 항공사의 노선폐쇄 결정이 나오고 만 것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가 그동안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당시 대책으로 언급된 ‘저가항공 유치’와 ‘지자체 지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궁금하다. 나아가 사천공항이 미래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도 해보게 된다.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는 뜻으로, 지난 7일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사천~김포 노선 경영설명회’와 2008년 말에 있었던 ‘사천공항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관계관 협의회’ 안팎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저가항공 유치, 지자체 지원방안 마련’ 현재로선 난감

먼저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 출발 과정을 돌아보자. 2008년12월23일 ‘사천공항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관계관 협의회’가 사천시의 제안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시 정구창 사천부시장을 비롯한 국과장급 사천시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또 한국공항공사 사천지사장, 국토해양부 부산지방항공청 사천출장소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천지점장, 한국폴리텍항공대학 교수 등 항공 관계자와 사천상공회의소 회장, 농협사천시지부장 등 상공인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2008년12월23일, 사천공항 활성화를 위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사천시청에 모였다. 사천공항
이날 참석자들은 2001년 대진고속도로 개통 이후 사천공항 이용객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에 우려를 함께 표하면서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 구성에 뜻을 같이 했다. 회의는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열며, 필요할 경우 수시로 소집하기로 했다.

또 한국폴리텍항공대학 김형래 교수는 이날 ‘사천의 발전과 공항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발전을 위해서도 사천공항이 서부경남의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활성화 방안으로 주로 이야기 나온 것이 ‘저가항공 유치’다. 이는 김 교수뿐 아니라 사천공항 허상태 팀장도 강력히 제안한 것으로, 160석 항공기에 탑승률 50%안팎으로 다닐 바에야 100석 안쪽의 소형비행기를 이용,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운항한다면 이용객이 늘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또 한 가지가 ‘지자체의 지원’이었다. 공항 이용객이 늘면 지역경제에도 파급효과가 있으므로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항공사의 적자에 대한 보존을 해주자는 것이다. 또 지방리무진 운영에 보조하거나 항공사 이용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주장도 같은 맥락으로 나왔다.

실제로 청주공항의 경우 충청남북도와 대전시가 “신규노선 취항의 분기별 탑승률이 손익분기점에 미달될 경우 결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항공사 재정지원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공사 정호석 사천지사장이 7일 간담회에 참석해 다른 공항의 지자체 지원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천공항
또 원주공항은 탑승률이 66.5% 미만일 경우 항공사에 운항경비를 지원하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체결 대상은 대한항공과 강원도, 원주시, 횡성군으로 분담비율은 각각 70%, 25%, 5%이다.

이밖에 양양공항이나 무안공항에서도 저마다 독특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항공이용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지자체도 많다. 국내공항을 끼고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이런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예를 들어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면 차량임대비를 지원하는 곳도 있고, 아예 여행객 1인당 3000원, 5000원, 8000원 등 현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또 실적이 좋은 여행사는 따로 포상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지원책을 공항이 있는 해당 지자체뿐 아니라 광역단체와 인근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천시,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는 만들었건만.. 

이쯤에서 ‘그렇다면 사천공항은?’하고 궁금증이 들 것이다. 무엇보다 2008년 말에 만들어졌다는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의 발걸음이 궁금하다.

간단히 말하면, 이후 공식 모임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저가항공 유치, 항공사와 여행사 지원책 모색 등 해법은 제시했지만 실천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모여 봤자 특별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왠지 궁색해 보인다.

2008년 말 열린 첫 '사천공항 활성화 협의회'에서 김형래 교수가 발표한 '사천의 발전과 공항의 역할' 내용의 일부. 사천공항
그러나 협의회 발족 초반에는 ‘반짝’ 노력이 엿보였다. 협의회 일부 위원들이 청주공항을 찾아가 운영 현황을 둘러봤고, 또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방문해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청주공항에서 지자체 지원현황을 살펴본 결과는 간단하다. 대부분 광역단체 또는 인근 지자체들이 공동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사천시 단독으로 지원책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남도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제주항공을 방문해 저가항공 유치를 알아본 결과는 어땠을까. 이 역시 몇 걸음 못 나간 상태다. 사천~제주 노선에 매력을 느끼는 건 분명하지만 현재 운항할 수 있는 여유 항공기가 없어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것. 향후 여객기 추가 구입 시 우선 취항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사천공항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먼저 오는 6월말까지는 지금처럼 사천~김포 노선에 주21회(대한14, 아시아나7), 사천~제주 노선에 주2회 운항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김포행 노선이 없어지더라도 사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지사가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7일 경영설명회에 참석한 손두상 상무가 직접 밝힌 바 있다.

7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사천~김포 노선 경영설명회' 모습.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 손두상 상무는 제주행 노선 신설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사천공항
그는 “전국체전 등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 특별기를 띄울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수요가 충분한 제주행 노선에 새롭게 취항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제주행의 경우 현재 대한항공이 운항 중인 금요일과 일요일, 2회 운항이 유력하다.

저가항공사나 기존 항공사 모두 제주행 노선에는 매력을 느끼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포행이다.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 개통에 이어 통영까지 연장되면서 항공 이용객 감소 추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7월 이후 아시아나항공 이용객의 흡수로 그나마 대한항공은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일시적일 뿐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항공 관계자의 중론이다. 고속도로에 이어 고속철 기반까지 갖춰질 경우 수도권까지는 육로이용이 월등히 편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더디지만 한 걸음 씩 나아가야.. '미래 항공수요 개발' 정면돌파 

이런 추세라면 지자체의 항공사 지원 또는 여행사 포상제 등도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사천시로선 의지가 있다 해도 인근 지자체나 경남도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며, 시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새로운 항공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관광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천공항

사천시로선 참으로 갑갑한 상황이다. 항공도시를 표방하는 사천시가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사천공항의 현재와 미래에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폴리텍항공대학 김형래 교수는 정면돌파를 제안한다. 사천시가 줄곧 강조하고 있는 항공산업 육성과 관광산업 개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항공 수요는 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항공산업 육성은 더디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관광산업이다. 사천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전통을 섞어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노력이 부족한 채로 관광단지조성이나 테마관광상품개발 등 대규모 투자사업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 사천시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 항공기제조기업 KAI를 필두로 항공부품소재공단, 항공클러스터 등 사천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항공이다. 그런데 사천공항이 유명무실하거나 문을 닫는다면 ‘사천=항공’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곧 아시아나항공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노선을 없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역 정치인과 관계 공무원, 기업인과 학계 전문가 등이 나서서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6.2지방선거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여러 예비후보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문제다.

사천의 자연과 문화, 역사와 전통에 생명을 불어 넣어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사천수궁가창극단이 직접 제작한 창극 수궁가 장면. 사천공항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