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청명 한식
오늘(4월 5일)은 24절기의 다섯 번째 청명(淸明)이고, 내일은 한식입니다. 청명과 한식은 하루 차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날 성묘(省墓)를 갑니다. 옛날에는 한 해에 네 번, 그러니까 봄에는 청명, 여름에는 중원 (中元, 7월 15일), 가을에는 한가위, 겨울에는 동지에 성묘를 했지요.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청명(淸明)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칩니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했습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食)이라고 한 것이지요.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졌습니다. 꺼지기 쉬운 불이어서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구요.

청명, 한식이면 나무를 심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 시집 장가갈 때 농짝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습니다. 연정(戀情)을 품은 아가씨가 있으면 그 아가씨의 '내 나무'에 거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시하기도 했지요. 다음의 <나무타령> 민요는 우리 겨레의 해학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명(淸明) 한식(寒食) 나무 심자. 무슨 나무 심을래.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 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네 편 내 편 양편나무, 입맞추어 쪽나무, 양반골에 상나무, 너하구 나하구 살구나무, 아무 데나 아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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