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3마리 거래.. 소값도 20%쯤 내려 농민들 표정 ‘심각’

25일, 구제역 파동으로 문이 닫혔던 가축시장이 두 달 만에 다시 열렸지만 예전의 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남 사천 가축시장.
구제역 발생으로 한 동안 닫혔던 가축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정부 발표 탓인지 사천소시장은 썰렁했고, 거래가격도 이전보다 낮아져 농민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경남도는 지난 1월7일 경기도 포천에 첫 구제역이 발생한 뒤 확산 추세를 보이자 1월22일 도내 14곳 가축시장을 폐쇄했다. 그리고 지난 23일, 정부가 발생 76일 만에 구제역 종식을 선언하자 가축시장 폐쇄조치를 풀었다. 이에 따라 25일, 사천가축시장이 처음 문을 연 것이다.

오랜 침묵 끝이라 활기찰 것으로 기대했던 소시장, 하지만 기대와 달리 매우 썰렁했다. 아침6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정작 소는 구경하기 힘들었다. 7시 남짓, 소시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시장에 나온 소는 고작 3마리. 평소 하루에 수소 20마리, 암소 15마리 정도가 거래되던 것에 비하면 10분의1 수준도 안 됐다.

애써 소시장에 걸음한 사람 대부분은 시세가 어떤지 파악할 요량으로 나선 축산농민이거나 소를 살 생각에 나온 상인들이었지만, 썰렁한 시장 분위기에 모두 허탈해 하며 발길을 돌렸다.

농민과 상인 등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수 십 명이 넘었지만 정작 매물로 나온 소는 3마리뿐이었다.

이날 소시장이 썰렁했던 이유는 가축시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정부의 구제역 종식 선언이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이 더 크다는 게 농민과 상인들 목소리였다.

소를 시장에 내다팔려면 그 소가 브루셀라병에 걸려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브루셀라검증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검증서 발급에는 보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농민들이 미처 이 검증서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날 소 거래가 부족했던 것을 농민들의 경계심리로 풀이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랫동안 거래가 끊겼던 터라 당분간 가격추이를 지켜본 뒤 소를 시장에 내놓으려는 게 보통의 농민들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나저나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길 바라는 농민들 기대와는 달리 이날 거래된 소 값은 가축시장이 문을 닫기 전이던 1월에 비해 20% 가까이 낮았다. 지난 1월에는 소 무게 기준 1kg 당 9500원~1만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이날은 7000원대에 그쳤던 것이다.

시장에 나온 소가 달랑 3마리뿐이었음에도 낮은 가격이 형성되자 농민들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일부 농민들은 높은 소 사료값과 쇠고기 유통구조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사천가축시장은 오는 30일 다시 열린다.

소시장이 모처럼 문을 열었지만 예전의 활기를 찾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거래가 이뤄져 소를 차에 실은 뒤 상인과 농민이 이야기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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