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묻어뒀다 힘겨울 때 꺼내 보는 이메일, 그 행복

여름의 초입에서.....


 선생님

그 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얼마 전에 친구가 제 사무실로 로즈마리 허브를 안고 왔어요.

아침에 오면 제일 먼저 그에게 물을 주고 햇볕이 드는 창문 아래에 놓았다 제 컴퓨터 옆에 놓는게 일이죠.

근데 그 로즈마리가 사방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는지 팔방으로 팔들을 뻗었습니다.

그래 순전히 제 생각으로 보기 싫어 하이얀 노끈으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다 그를 봤어요.

안돼 보였어요.

로즈마리의 자유를 제가 강제 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래 노끈을 풀었습니다.

지금은 한껏 제가 향하고 싶은 곳으로 팔들을 뻗고 있어요.


 선생님

눈에 보이든 그렇지 않든 그런게 있겠지요.

처지야 어떠하든 행동을 하든 그렇지 못하든 가슴 한켠에서 숨죽여 뻗고 있을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선생님 

오늘은 고맙게도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죠.

주말여행을 계획하신 분들께는 안 된 일이지만 단비라고 하잖아요.

그 단비가 내리고 나면 마늘도 알이 더 굵어질 것이고 한 계절을 보내면서 한 계절을 맞이하겠죠.

선생님 

여직 기온차는 지 마음대로니깐 감기 조심하시고요.

선생님 주위분들 모두 건강했으면 하네요.

2001년 4월28일 9시 55분 보냄.



답장 메일

 

스탕달이 그랬는가...

말로 주고 받는 사랑은 흘러가 버리는 것이라지만

편지로 주고 받는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이 메일은 과연 편지인가...

너랑 이렇게 주고 받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는 건가...

늘 먼저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고 따뜻하다는 감사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여름의 초입이라...

며칠 비가 오더니 날이 쌀랑하다.

지금은 해가 다시 나고 그래서 포근하긴 하다마는

여전히 여름이라기는 조금 마뜩찮은 무언가가 있구나.

먼저 여름을 느낀다니... 계절을 앞서가는 것인가...

건강해 보인다.

주변의 사소한 것에도 애정을 잃지 않는 너의 건강함이 언제나 믿음직스럽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회란 늘 꿈 속에 있고

그래서 너와 나는 영원한 낭만주의자일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너의 현실을 놓지 않는 의식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나 역시 현실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 애쓰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른 삶을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는 당위적인 약속하나

5월을 내다보며 네 귀에 흘린다.^^


집 컴이 맛이 가서 네 메일을 늦게야 확인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게임방에서 이 글을 치고 있다.

생각도 깊지 못하고 다소 무성의 해 보이는 면이 없진 않을 거다마는

그래도 네 메일함에 내 이름 한 자 남기고 싶은 욕심이 이 팍팍한 글을

기어이 치게 하는구나.

건강하고,

또 소식 전하자.

2001년 4월 30일 월요일 15시42분 받음.




여직 휴지통에 버리지 못하고 고스란히 담아놓은 멜.

문득 힘들다고, 손에 뭔가 거머쥐기도 힘들다고 느낄 때.

몇 년이 지나 찾아가 뵈어도, 어제 가고 오늘 가도 늘 한결같은 선생님.

보여드린 것도, 해 드린 것도 없는데 그냥 믿어주시는 선생님.

선생님이 계시기에 전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 행복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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