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을 외우던 아이들은 장난으로 “하늘 천 따 지 깜 밥 눌은 밥” 또는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라고 하였다지요? 누룽지는 별 군것질거리가 없던 옛날 아이들에게는 귀중한 먹거리였으며, 동의보감에는 누룽지를 취건반이라고 하여 약으로도 썼습니다. 누룽지는 북한 문화어로는 “밥가마치”인데 전라도에서는 “깜밥”, 강원도 정선에서는 “누렝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룽지”와 “눌은밥”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밥을 지을 때 물의 정도에 따라 떡밥, 고두밥, 된밥, 진밥, 누룽지가 나오지요. 여기서 누룽지는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이르는 말인데, “눌은밥”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불린 밥을 이릅니다. 물이 안 좋은 나라 중 중국은 차가, 독일은 맥주가 발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온 나라에 좋은 물이 나기에 그저 숭늉은 최고의 음료수로 즐겼습니다.

매월 14일이면 국적불명의 “~데이”에 몸살을 앓는 요즘 아들 딸들에게 누룽지를 긁어주시던 어머님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리며 매달 8일을 “누룽지데이”라는 효를 실천하자는 날로 지내자는 운동도 생겼지요. 우리도 매달 8일 하루만이라도 누룽지를 즐기며 부모님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누룽지데이”보다는 “누룽지날”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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