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씨앗 하나 안고 올 봄 시작해볼까'


오늘도 부산스럽게 아이들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후-우하며 대문을 들어섭니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누군가 말을 하네요, 집 한 켠에 놓여진 7평 남짓한 텃밭에서.

가만히 보니 연일 내린 비로 쪽파며 적상추가 제 빛을 뽐내며 한자리 가득 차지하고 있네요.

괸스레 웃음이 납니다, 그냥 너무 좋네요.

작년 늦가을에 뿌린 상추며 쪽파가 겨울동안 얼고 녹고를 반복하더니.

오며가며 지인들이

‘잎 다 시들고 말랐는데 뽑아 버려라’,

‘쬐금이라도 푸른 빛이 있을때 반찬해 먹고 정리해라 보기도 안좋다’라며 지나가는 말들을 하더니.


제 손으로 뿌린 것이기에 쉬-이 버리기가 싫었는지 아님.....

그렇게 오며가며 늘 뽑아 버리지도 못하고 무슨 짐처럼 떠-억 버티고 있었는데.....

앓다 돌아온 자식마냥 너무 반가워 눈물이라도 쏟구칠 것 같았습니다. 밖에 수도가 얼까 헛 옷으로 싸면서도 저것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괸스레 미안했는데.....

기-인 겨우내 뿌리가 살아 있어 이렇게 봄을 맞이하는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그 말이 이것들에게도 해당될런지.....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러 문제들이 눈 앞에 어른거리지만, 이젠 웬지 싶게 포기하지도 겁먹지도 체념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될 때까지 뭐든 끝까지 해보자는 작은 씨앗 하나 안고 올 봄 시작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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