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홍보물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십여 년 전 맥도날드 앞이 때아닌 오픈런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의 목표는 어린이 버거 세트에 포함된 마리오 장난감. 하지만 오픈런에 뛰어든 사람들 대부분 주 타겟인 어린이 연령층을 훌쩍 지난 성인이었다. 이후 마리오의 추억을 사러 온 키덜트의 구매력을 확인한 맥도날드는 이후로도 수차례에 걸쳐 마리오 이벤트를 벌였다.

늘 하는 말이지만 추억은 힘이 세다. 힘들고 슬펐던 기억은 ‘그땐 그랬지’로 순화되고, 좋았던 기억은 한껏 미화되어 감상에 젖게 만든다. 어린 시절 즐겨봤던 만화나 게임도 오랜 시간 좋았던 기억의 순간이다. 그리고 이 감정의 회로를 영리하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매체 중 하나가 영화다. 최근 추억 소환에 성공하고 신규 팬덤까지 유치하는 등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 <슬램덩크> 열풍을 보라.

이런 추억 마케팅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탑승했다. ‘마리오’에 대한 향수에 한국 성인층의 지갑이 쉽게 열린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상황에서 할리우드 자본까지 가세했으니 상업적 욕망의 줄타기를 얼마나 잘하느냐만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목표 지점을 정확하고 영리하게 설정했다.

영화는 예측 가능한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반전도 없고, 사색에 잠기게 하는 화두도 없다. 눈 높은 현대의 관객들에게 슈퍼 마리오가 무슨 수로 감동을 주겠는가. 사실 이런 영화의 목적은 높은 완성도가 아니라 영화를 매개로 게임 속 세계를 관객에게 맛보여주고 둘러보게 하는 것이며, 추억 속 마리오의 세계에 관광객으로서 참여시키는 데 있다. 놀이공원 테마파크의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듯이,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 사고는 영화 구성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화려한 그래픽과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목표로 하는 지점도 결국 여기다. 관객들의 추억 속 세상은 퇴색하지 않은 채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그 세계를 잠시 여행시켜 주겠다고 손짓하는 것.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통해 잠시나마 기분 좋은 추억 여행을 했다면 성공인 셈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