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노래 「고향의 봄」에 나오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도 지고 세월은 어느덧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에 닿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 나오는 모란은 4월에 거의 졌다. 영랑이 살았던 전남 강진과 우리 사는 곳이 위도가 비슷하니 요즘이라면 영랑은 앞서 말한 시에 나오는 달을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에서 ‘4월 어느 날…’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변한 것이 날씨만일까. 엊그제 한 보도를 보니 일본의 한 매체가 ‘자기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 관광을 와서는 돈을 아껴 값싼 여행을 하고 있다고 악의적인 기사를 썼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억해 보건대,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 바다에서 나는 좋은 생선은 일본 사람들이 비싸게 산다는 이유로 거의 일본으로 수출되곤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일본에서 우리에게 자기네 생선을 사 달라고 매달리는 모양이다. 우리가 어느새 일본보다 잘살게 되었다니 실감은 나지 않지만, 사실인 모양이다. 수치상으로도 잘살게 된 것이 맞는 것 같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옛날에는 세 끼 더운밥을 먹는 집은 그럭저럭 부잣집으로 대접받았는데, 요즘은 살 뺀다고 안 먹어 탈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세 끼 더운밥은 대부분 가정에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 기준으로 보면 다 부자가 된 셈이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만은 않다.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부자가 되려면 대강 재산이 백억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니 백억 재산에 못 미치는 재산 소유자 중에서는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을 법하다. 그 ‘억울한’ 사람들이 작심하고 기를 써서 백억을 달성하고 나면 다시 천억이라는 절벽에 맞닥뜨리지 말라는 보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백억은커녕 일억도 못 가진 사람은, 아무리 둘러봐도 빚밖에 없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이 시점에서 소환해 보고 싶은 옛사람들은 그저 ‘부모 위하고 자식 키우는’ 일로 살았다.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가엾이 여기고 아끼며 살 줄도 알았다. 그분들은 거의 돌아가셨으나 그분들의 후손들은 또 많이 그 뜻을 잇고 있을 것이다. 꽃 피고 또 지는 이런 때를 당하면 자신은 상관없이 저 ‘부모 위하고 자식 키우던’ 일로만 살았던 그 어른들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어떤 이론가는 말하기를 부모가 자식더러 잘되라고 강요하는 일은 결국 자기가 못 이룬 것을 자식더러 대신 이뤄달라는 무의식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현대인은 부모의 강요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말이긴 해도 찬성할 수 없는 말이다. 앞선 세대들의 희생과 고생의 결과로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시 한 구절을 보탠다. 박용래 시인의 시 「울타리 밖」 끝부분이다.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殘光)이 분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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