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어느 5월이었다. 아는 목사님께서 조그마한 아기를 안고 가게로 들어오셨다. 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셨다. 덩치가 크신 건장한 목사님의 품에 두 팔로 안긴 아기는 더욱 작아 보였다. 나도 안아보고 싶은 아기였다. 아기는 순했다. 눈망울이 머루알 같았다. 스튜디오에 준비된 한복으로 갈아입히고 촬영을 잘 마쳤다.

‘목사님께서는 나이가 있으신데 어찌 된 일일까?’ 묻고 싶었는데, 한 고등학생이 낳은 아기라고 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데려와 키우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설명할 수 없이 짠한 감정이 밀려왔다. 사진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해마다 오월에 이 아이의 사진을 찍어 주고 싶으니, 조금 귀찮으시더라도 아기를 스튜디오로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드렸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아기 사진을 찍어 주고 끝냈을지도 모른다. ‘재능 기부’라는 말은 많이 배운 사람, 훌륭한 예술가들이나 하는 영역으로 여겼다. 어느 날 가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나 알 법한 국내 대형 할인매장에서 <한부모 가정 가족사진 찍어 주기> 행사를 전국 규모로 한다고 했다. 사천시에서는 우리 스튜디오와 진행하고 싶다기에 ‘사랑이’를 떠올리며 흔쾌히 승낙했다. 업체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면, 나는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촬영해 액자로 완성해 주는 일이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의 식구들이 사진을 찍으러 왔다. 열다섯 가정, 모두 다 찍었다. 손자를 키우는 어르신 부부가 사진을 찍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변변한 가족사진 한번 못 찍어보았다고 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려는 눈빛이었다. 조금은 슬프고 가난해 보였지만, 내밀어 주는 손을 잡고 일어서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지금, 그들은 그때보다 행복해져 있을까? 틀림없이 그러기를 바란다. 나아지고 성장했으리라 믿고 싶다. 내가 찍어 준 가족사진이 그들의 성장을 묵묵히 지켜봤을 걸 생각하니 조금은 슬픔이 가신다.

‘사랑이’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내게로 와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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