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화(野生野話)] 우천마을

우천마을에 남아 있는 돌담이 정겹다.
우천마을에 남아 있는 돌담이 정겹다.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돌담이 눈길을 끈다. 아귀를 잘 맞추어 정교하게 쌓은 돌담이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다. 구불거리는, 좁디좁은 골목의 돌담길은 옛 마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헛간으로 썼던 옛 건물은 모두 돌담으로 지어졌다. 헛간 위쪽 틈새로 얼기설기 서까래와 들보가 보인다. 옛 돌담과 헛간의 형상들은 거의 사라진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 농촌의 한 조각이다. 그러니 더욱 귀하게 보인다.

헛간 위쪽 틈새로 얼기설기 서까래와 들보가 보인다.
헛간 위쪽 틈새로 얼기설기 서까래와 들보가 보인다.

우천마을은 이름난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바리안마을이라고 한다. 예전에 삼베길쌈을 많이 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마을 이장님은 ‘바리안’이 길쌈과 관련 있다고 귀띔해 준다. 얼마나 가늘게 실을 뽑으면 스님의 바루 안에 삼베 1필이 다 들어가는 데서 유래했단다.

또 우천(牛川)마을은 소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마을 뒷산은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서 쉬는 형상이라 한다. 마을 앞 들판에는 소 여물통을 의미하는 정자가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소에게 음식을 많이 주어 그해의 길흉을 점치는 풍습도 있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의 의미를 확장하여 마을의 안녕까지 살펴보려 한 점이 흥미롭다.

우천숲은 용소계곡의 물이 능화숲을 지나 구룡저수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느티나무가 만들어낸 커다란 그늘이 있어, 여름철 물놀이장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40~50년 전 마을 어른들이 앞산의 붉은 바위를 가리기 위해 심었단다. 말하자면 거칠고 불길한 기운을 눌러서 제압하려는 엽승림(厭勝林, 나쁜 기운을 진압하기 위해 심어 가꾼 숲)인 셈이다. 이곳 계곡에는 솟아나는 맑은 샘이 있어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소가 물을 먹기에 모자람이 없겠구나! 한마디로 배부르고 등 따신 동네다.

삼지 닥나무의 꽃
삼지 닥나무의 꽃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보타사 주차장 바로 아래에는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삼지닥나무가 있다. 텀벙텀벙 노란 꽃방망이가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관상수로도 좋은 나무다. 가지가 세 개로 쫙쫙 갈라져 ‘삼지’닥나무라 한다. 중국 원산인데 종이를 만들기 위해 들여왔다. 나무껍질 품질이 좋아 고급 종이 원료로 썼다.

산수유 꽃
산수유 꽃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 꽃

임도 길을 걷는다. 심어놓은 노란 꽃 산수유와 제 맘대로 자라난 노란 꽃 생강나무가 닮은 꼴로 피었다. 산수유는 커다란 꽃무리로 승부를 걸고 생강나무는 달콤한 꿀 향기로 승부를 건다. 후손을 위한 중매쟁이 벌을 부르는 방법이 이렇게 다르구나. 덩치가 작은 생강나무가 꿀 향기로 승부를 건 이유를 알겠지? 형편이 불리하더라도 헤쳐나갈 방법은 있다.

3·1운동 의거지를 알리는 기념비.
3·1운동 의거지를 알리는 기념비.

임도 중간쯤에는 3·1운동 의거지를 알리는 기념비가 덩그러니 서 있다. 1919년 우천마을 주민들은 이곳 텃골재에서 만세를 부르다 일경에 붙잡혀 험한 고문을 당했다. 솔숲 사이에서 진달래가 연분홍 꽃을 발그레 피워올렸구나! 그 수줍음 속에는 은근과 끈기가 감추어져 있으니. 진달래는 꺾이고 잘려 나가도 억측같이 자라서 꽃을 피운다.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우리 민족성을 닮은 은근과 끈기의 상징, 호호백발 진달래. 우리 강산에 진달래꽃. 

진달래 꽃
진달래 꽃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가 벚나무에 꽃망울이 한껏 부풀었다. 곤줄박이 두 마리 꽃가지에 앉았다가 포르르 자리를 뜬다. 그 자리에 봄의 생기가 피어오른다. 저 건너 숲에 청딱따구리 한 마리 ‘낄낄낄낄낄낄낄~’ 계속 울어댄다. 또 다른 곳에서는 ‘닥다르르 닥다르르’ 들려온다. 딱따구리 수컷이 나무를 두드리는 구애의 소리다. 영역표시라고도 한다.

저 너머 산에선 ‘구구~구구~’ 하고 멧비둘기 소리도 들려온다. 멧비둘기는 짝짓기 철이 되어서야 특유의 목소리를 자주 들려준다. 비로소 사랑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만물이 생동하며 사랑을 속삭이는 봄기운, 그 속에 우리가 있다. 얼마나 은혜로운 하늘과 대지의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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