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대외비

영화 '대외비' 홍보물
영화 '대외비'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전통적 관점에서 거의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는 선과 악이 대립하면서 마침내 선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의식도 복잡 다변화되면서 이유 있는 악인이라든가 악인이지만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든가 하는 단순히 선과 악의 대립만으로 관심을 끌기는 힘든 시기가 됐다.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는 많은 장르에서 특히 현대의 영화는 악인이라는 캐릭터가 완성도는 물론 흥행의 키를 쥐고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주인공만큼이나 빌런이 중요한 시대인 것이다. 할리우드의 경우 주로 슈퍼히어로물에서 악인의 역할이 빌런이라는 이름으로 부각됐다면 한국 영화에서는 범죄 오락 스릴러물에서 악인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원태 감독의 전작 <악인전>도 악인이 주인공인 영화다. 신작 <대외비> 또한 영화의 시공간이 다를 뿐 악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기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정해졌다.

<대외비>에서 선의 존재는 굳이 부각시키지 않을뿐더러 오로지 악인이라는 존재들에만 집중한다. 90년대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악인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나 시대와 캐릭터를 바꿔도 될 만큼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이른바 전형적인 악인이다. 형사냐 정치인이냐 직업만 다를 뿐 성격은 비슷비슷하다.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인 조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주제는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야기나 플롯도 신선하지 않다. 심지어 액션조차 예측 가능한 동선으로 흘러간다. 영화가 꼭 신선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동의어 반복은 관객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든다.

조진웅 배우는 영화의 흥행과 롯데자이언츠의 우승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의 질문에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자이언츠 우승”이라고 답했는데 아무래도 그 말은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흥행은 텄으니 우승이라도 해야 본전이다. 사실 그는 굉장히 좋은 배우라 앞으로 대외비보다 흥행이나 작품성 면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날 가능성이 크니까 한 번쯤은 가을 야구를 볼 수 있는 게 더 이득이지 싶다. 오랜 자이언츠 팬의 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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