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삼월이 되니 꽃 소식이 요란하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매화가 피었고, 산수유꽃이 노랗다. 동백은 이미 한창일 듯하다. 목련이며 진달래도 곧 뒤를 이으리라. 

하지만 이맘때면 가슴 한편이 아련히 아려오는 슬픔도 있다. 이 좋은 계절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반야월 작사의 대중가요 「산유화(山有花)」의 한 구절 ‘너는 다시 피건마는 님은 어이 못 오시나// 산유화야 산유화야 너를 잡고 내가 우네’처럼. 

그러고 보니 김소월의 「산유화(山有花)」도 있다. 일부만 보이면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로 되는 시다. 

앞 노래의 뜻은 ‘꽃을 보니 이 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떠난 님이 그리워 슬프다’일 것이고, 뒤의 시는 ‘무한한 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연과 합일될 수 없는 인간사의 한계에 대한 설움’을 노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뜻은 서로 조금씩 달라도 결국 ‘자연처럼 끝없이 이어지지 못하는 인간사’의 슬픔에서 이 노래며 시는 출발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 슬픔을 일깨워주는 계절은 이즈음, 곧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산야에 풀이 돋고 꽃이 피는 시기가 중심이리라. 모든 것이 소생하는데, 가신 님은 오지 않는 것이다.

봄날과 이별의 설움을 노래한 시로는 아무래도 고려 때 정지상이 지은 「송인(送人」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는 우리 시 천 년에 가장 뛰어난 ‘이별시’라 일컬어지기도 했는데, 특히 허균은 이 시를 그가 쓴 『성수시화』에서 「서경시(西京詩)」란 제목으로 소개하면서 중국의 사신이 오면 혹시 그들에게 얕보일까 하여 평양 부벽루의 시를 모두 떼어내는데 유일하게 정지상의 이 시만은 떼어내지 않는다고 기록하였다. 본문과 번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시이니 옛 기억들을 더듬어보시기 바란다.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비 갠 긴 강둑에 풀빛 짙어 오는데/ 님 보내는 남포엔 슬픈 노래 떠도네/ 대동강 물이야 어느때나 마를꼬/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파도에 보태지니”

옛날 선비들은 손님이나 귀한 분들을 이별하는 장소로 물가를 택했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를 가나 물가는 있기 마련이나, 대동강은 큰 물이니 당연히 이별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봄비를 맞아 풀빛이 더욱 짙은데, 그 색깔이 봄을 알리면서도 소생과 이별을 암시하는 슬픈 빛으로 비칠 법하다. 거기다 이별가는 떠돌고, 눈물이 흐르니 대동강 물은 그 눈물 때문에라도 마를 리 없겠다는 것이다.
 

화사한 봄을 맞으며, 우리는 가신 분들이 맞을 수 없는 봄을 겹으로 맞는다 생각하면서 이 봄을 더 보람차게 보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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