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카운트

영화 '카운트' 홍보물
영화 '카운트'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고등학교 체육선생, 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마지못해 참석했다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이 잘 싸워놓고 기권패를 당하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에 학내 불량배들까지 끌어모아 복싱부를 만들고 시합에 출전하는데, 열심히 연습한 만큼 실력을 선보였으나 체육선생의 과거 이력이 발목을 붙잡는다.

영화 <카운트>는 IMF 직격탄을 맞은 1998년 진해를 배경으로 관심이 거의 사라져버린 권투를 끌어왔다. 대체로 복고는 정겨우나 장식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어 망조 들기 쉬운데, <카운트>는 실화를 끌어와 적절히 활용하고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MZ세대 용어까지 잘 녹여냈다. 그렇다고 영화의 만듦새가 훌륭하다는 건 아니고.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권투 라이트미들급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판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대한민국의 국력이나 권투협회의 로비력은 제로에 가까워서 IOC에 금메달 압력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제 정치적 음모설이 제기되었고 설득력도 있다) AFP 선정 역대 올림픽 최악의 판정 2위에 선정될 정도의 충격이었으니, 그렇게 영문 모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행복했을까?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난으로 인해 결국 선수는 은퇴하고 말았다. 박시헌 선수의 실화다.

영화는 주인공이 선수를 은퇴한 지 10년 후인 1998년으로, 세상의 여전히 삐딱한 시선은 원치 않는 수혜를 입은 이를 제대로 보려는 의지가 없다. 뻔뻔하게 고개 쳐들고 살지 않는 이상 괴로울 뿐이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도 이러한데 요즘은 어떤가.

SNS나 유튜브 등으로 정보의 전파속도가 터무니없이 빠른 이 시대를 대변하는 단어는 아무래도 ‘관계성’이다. 왜곡된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를 구제해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 수밖에 없다. 분명히 사회와 정책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인이 떠안고 있는 꼴이다. 이러니 자력구제 정신인 ‘중꺾마’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이 주제만큼은 제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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