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내게는 홍시뿐이야

『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 저 / 창비 / 2020
『내게는 홍시뿐이야』김설원 저 / 창비 / 2020

[뉴스사천=최은정 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원]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젊음을 저당 잡혔다는 피해의식이 내 안에 자리 잡아, 아이에게 어서 자라라고, 내 둥지를 떠나라고, 독립을 재촉했다.

사실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선택한 것도, 내 삶과 내 젊음을 나누어 주겠노라 한 것도 나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중학교에 진학하는 큰아이에게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어떠냐며 재촉한 적이 있었다. 막상 곁을 떠나는 날이 되면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려버릴 걸 알면서도 당장 오늘 하루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픈 욕심에 나온 말이다.

‘내게는 홍시뿐이야’는 어른들의 파산선고 후 갑자기 사회에 내던져진 열여덟 살 소녀가 진짜 가족을 찾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기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는 어느 날 아란을 ‘또와 아저씨’라는 지인 집에 맡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또 어느 날, 또와 아저씨는 파산을 이유로 자식들과 아란에게 각자 살 방도를 찾아 떠나라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해하지도 않고.

아란은 과일가게에 진열된 홍시를 볼 때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란에게 홍시는 엄마였다. 엄마가 좋아했던 홍시. 이제 떨어져 살아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때조차 홍시를 입안 가득 물고 오물거리던 엄마였다. 그래서 먹지도 않을 홍시를 사고 또 사서 주방 한쪽 가득 담아 놓는다. 보내도 대답 없는 엄마의 문자메시지 함처럼.

세상에 내던져진 열여덟 살 아란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치킨집 아르바이트에서 ‘치킨홍’이라는 여사장을 만나게 된다. 치킨홍에게는 지적 장애인인 배다른 동생 ‘양보’와 한국과 베트남 피가 반반 섞인 조카 ‘첸’이 있었다.

아란은 치킨홍의 가족여행에 동행하며 그동안 겪었던 가족관계와는 전혀 다른 서로를 따르고 보듬어 품는 또 다른 대안 가족의 모습 속에서 따뜻함을 알아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남겨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생각해 보면 삶은 누구에게나 이별이라 남겨지고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 같다. 누구나 자연스레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모두 어쩌다 어른이 되는 세상이니 젊은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진짜 어른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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