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월든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 은행나무 / 2011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 은행나무 / 2011

[뉴스사천=이해정 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원]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 월든 p.143 - 

보석 같은 구절이 너무나 많은 <월든>에서 딱 한 구절만 꼽으라고 하면 나는 이 부분을 고르겠다.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따뜻한 집에서 잘살고 있지만 왠지 항상 나는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이유를 너무나 통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그런 상태가 딱 나였던 거다. 나뿐만이 아닐 거다. 주위에 보면 큰 어려움 없이 일해서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 월급만으론 부족하다며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등등 각종 재테크에 에너지를 쏟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삶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줄까? <월든>의 저자 소로우는 이러한 물음에 콧방귀를 뀔 것 같다. 하루종일 고된 노동을 하느라 해가 뜨고 지는 것, 새의 노랫소리, 숲의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고 고귀한 가르침이 담긴 책 한번 들춰볼 시간도 내지 못하는 것이 과연 삶이냐고 되묻지 않을까. 

물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적게 일하기 위해서 재테크를 하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걸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오지 탐험가에게 험한 오지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고 먹고, 생활하는 이유가 머냐고 하니, “너무 편하게 살면 사는 거 같지 않아요. 그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예요.”라고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당장 호숫가에, 산에 들어가서 살 수는 없지만 조금 덜 소유하고, 덜 먹고, 덜 꾸미고, 덜 편리한 그런 소박한 삶을 사는 것이 진짜의 삶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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