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음력으로는 조금 여유가 있지만 양력으로는 올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옛날에는 그 해의 고됨을 서로 위로하며 잊자는 뜻으로 망년회(忘年會)라 했지만, 세상살이가 다소 여유가 생겨선지 어느새 한 해를 떠나보낸다는 뜻을 지닌 송년회(送年會)로 말이 바뀐 연례행사가 빈번한 시절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2022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해다. 그저 평범한 한 해인 것 같아도 길다면 길고 큰일 자잘한 일 또한 무수했던 그 한 해를 보냈으니,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 그 해에 있었던 인연을 되새겨 보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 게다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음식을 나누며. 사정에 따라 때로 술을 권하는 일은 말 그대로 다정(多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송년회 무렵의 주 종목 중 하나인 술로만 말하자면, 동서고금을 통털어 시의 신선 즉 시선(詩仙)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당 현종 시기의 시인 이백(李白:701∼762)이 아마 으뜸일 것이다. 얼마나 술을 좋아했으면 취하여 강물에 뜬 달을 건지려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하지만, 실의(失意)의 방랑 중 병사했다는 것이 정설(正說)이다.
이 이백이 지은 시로 「장진주(將進酒)」가 있다. ‘술 마시기를 권함’이란 뜻이겠다. 너무 길기에 앞 부분 일부만 소개해 본다. 

“君不見(군불견)/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君不見(군불견)/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바삐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높다란 집 밝은 거울 속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검었던 머리 저녁 되니 눈처럼 희었구나/ 인생에서 뜻 둘 일은 즐거움을 다하는 것/ 금 술동이 헛되이 달빛아래 두지 말지니

황하 물이 잘난 체 바삐 바다로 가지만 다시 돌아오지 못하듯이 순식간에 검었던 머리 백발이 되는 인생을 피할 수 없으니 즐길 수 있을 때 그 즐거움을 다하라는 말이겠다. 술동이가 헛되이 달을 대하게 하지 말라는 말도 운치 있다. 모르긴 해도, 아침에 검었던 머리 저녁에 눈처럼 되었다는 구절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 이백의 「장진주」는 ‘악부시’이다. 악부시는 민간에서 떠도는 노래를 말하는데, 이런 노래말 형식으로 시를 쓴 것을 악부시라 하는 것 같다. 이 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악부시로 「서문행(西門行)」 이 있다. 그 중 한 구절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낯익을 듯한 ‘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常懷千歲憂(상회천세우)  ―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천 년 근심 늘 안고 있구나’이다. 이 짧은 인생을 어찌 걱정만 하고 살겠느냐는 뜻인 듯하고, 그러니 술로 그 시름을 달래야만 하리라는 뜻을 이어가고 있겠다.

연말이라 해서 꼭 술 마실 이유는 물론 없다. 다만 술 마실 건강이 있고, 거기에 마음이 있다면 이 한 해를 보내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술 한 잔 나누는 기쁨을 마다할 이유 또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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