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포함된 법인의 농지 구입이 발단…농지위, 부결 뒤 가결
이장단 “우회도로 예상 노선에 투기 의심…노선을 바꿔라”
임철규 “황당하다…도로 계획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
사천시 “도로 설계는 국토관리청 소관…확정된 것 없어”

임철규 도의원이 참여한 농업회사법인이 사남면 화전리 일원에 구입한 농지. 최근 마늘을 심었다. 
임철규 도의원이 참여한 농업회사법인이 사남면 화전리 일원에 구입한 농지. 최근 마늘을 심었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사남-정동 간 국도대체우회도로(이하 우회도로)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직 정치인이 사업 예상 경로에 농지를 취득하자 사남면이 들썩이고 있다. 

화전·병둔·도동·월성·예의마을 등 5개 마을 이장들은 임철규 도의원의 ‘농지 투기’를 의심하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농지를 우회도로 노선에서 빼 줄 것”을 사천시에 요청한 상태다. 반면 임 의원은 “순수 영농 목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임철규 도의원은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한마음칠천포’를 9월 초 설립하고, 사남면 화전리 일원 농지 3필지 5841㎡(1770평)를 평당 37만 원에 구입했다. 농지 구입에는 약 6억 5000여 만 원이 들었다.
 
그러나 이 농업회사법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심사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남면 농지위원회가 심사에서 부결 결정을 내리면서다. 정부는 땅투기 근절을 위해 올해 8월부터 관외 거주자, 농지 1필지 3인 이상 공유취득, 농업법인 등의 농지 취득 시 농지위원회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읍·면·동장은 농지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행한다.
 
9월 29일 사남면 농지위원회의 1차 심사가 있던 날, 총 9건이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임 의원의 농업회사법인만 심사에서 부결됐다. 부결 사유로는 ‘영농계획서 자료 제출 미비’를 꼽았으나, 해당 농지가 사남-정동간 우회도로 노선 예상 경로에 일부 포함되는 점, 해당 농업회사법인 등기이사 3명 중 농업인이 현직 도의원 1명뿐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도입 이후 심사 부결된 첫 사례였다.

이에 임 의원 측이 재심의를 요청해 10월 6일 농지위원회 2차 심사가 열렸다. 농지위원들의 찬반 투표 끝에 6대 3으로 통과됐다. 2차 심사에서는 농지 구입을 위해 5000만 원 상당의 계약금을 걸어둔 점, 영농계획서를 보완해 제출한 점 등을 이유로 1차 심사 결과를 번복했다.

사남-정동 간 국도대체우회도로 사업개요도.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에 있다. (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사남-정동 간 국도대체우회도로 사업개요도. 현재 실시설계가 진행 중에 있다. (사진=뉴스사천 자료사진)

하지만 이후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농지위원회 심사 결과가 부결에서 가결로 바뀐 것을 두고, 몇몇 이장들이 사천시에 항의했다. 이들은 박동식 사천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노선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박 시장은 관련 부서와 사남면에 사실 관계를 파악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이 논란과 관련해 정국정 병둔마을 이장은 “현직 도의원이 산 농지 일부가 국도대체우회도로 노선 예상 경로에 포함돼 있고, 농업회사법인에는 농업인이 임 의원 1명뿐이다. 농지위원회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고 봤기에 한차례 부결시킨 것”이라고 민원 제기 이유를 밝혔다. 그는 “논란이 있는 농지를 아예 우회도로 노선에서 제외해 줄 것을 5개 마을 이장단이 요청했다. 시정되지 않으면 상급기관 감사 요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철규 도의원은 “공직 생활 중에도 틈틈이 농사를 지어왔다. 지난해에는 귀농·귀촌 교육을 수료하고, 경상대 최고농업경영인 교육 과정도 밟았다”고 했다. 또 봉사단체 한마음칠천포클럽에 몸담아 매년 김장나눔축제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배추와 마늘 등 김장재료로 쓰기 위해 수백 평의 농지를 빌려 매년 농사를 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 계획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였으므로 투기라고 보는 건 정말 황당하다”며 “해당 농지는 지난해 초부터 구매를 타진했던 곳”이라고 했다. 그는 “도로 개설 여부와 관계없이 농사를 계속 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사천시 도로과는 난감한 표정이다. 안용주 도로과장은 “현재 우회도로 실시설계는 부산국토관리청에서 하고 있으며, 사천시에서는 주민들의 여러 요구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하고 있다”며 “관련 민원은 듣고 있으나, 아직 노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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